2009년 새해를 여는 BGM

No Problem - Duke Jordan

모에에 관한 대화

요즘 동생과 같이 등교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같다보니 "기왕 가는 거 같이 나가"라는 얘기를 들어 그리 하고있는데, 그러다보니 근래는 거의 매일마다 1교시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그래서 저는 벌써부터 학교에 와 이걸 뚜들기고 있죠).

어제도 아침부터 학교로 가던 길인데, 그 도중에 동생이 제게 물었습니다.


"오빠, 모에가 무슨 뜻이야?"

흠칫.

"으…으응? 그건 왜?"
"어제 전차남 보니까 에르메스보고 "모에"라고 해서."
"아아, 그래. "모에"란 말이지…. 으음…."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습니다. 
제대로 답을 못해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동생이 이어서 얘기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끝내준다"는 식으로 번역됐던데."
"…뭐, 그런 거 비슷한 거지."
"구체적으로 어떤 때 쓰는 말이야?"

…모에가 뭔진 모르지만, 이거 답하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타쿠들이 미소녀 그림 볼 때 쓰는 말."
"아아."


사실, 이것보다 완벽한 설명이 또 있을까.
반응을 보아하니 73% 정도는 이해한 듯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보충설명을 가미했죠..

"끝내준다는 의미이긴 한데, 항상 쓰는 말은 또 아냐."
"어떤 의미야?"
"코드와 조금 관련이 있달까…. 왜 그…."
"메이드복?"




………….
 


"응, 그런 거. 혹은 바니걸이나 안경소녀 같은 거."
"응? 안경소녀? 안경이 왜?"
"…글쎄다."

나한테 묻지 마.



그날의 대화는 대충 이정도에서 끝났습니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도 의문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대체 우리가 쓰는 그 "모에"란 말은 무슨 뜻인 걸까가요?

오×쿠 논쟁때 보았던 어떤 글의 한 대목이 문득 떠오릅니다.

…미소녀 그림 걸어놓고 거유니 빈유니 "모에"거리고…. 대체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래?

저는 그 글에 대해 리플로 이렇게 답했었죠.

그냥 한채영 사진 보며 하아하아거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하세요.

일단 그 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모에"란 단어의 느낌이었습니다만,
그런데, 사실 이게 정확한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워낙 쓰는 범위가 넓어서리….



이 동네 문화에 익숙한 저도 그렇습니다.

귀여운 그림 걸어놓고도 "모에"라 말하고 정사장면 걸어놓고도 "모에"라 말하니, 이 "모에"란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 어떤 느낌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 자신은 의식적으로 그 단어의 사용을 피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쪽 문화에 반감이 강한 이들은 "모에"의 의미를 대체로 후자라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대개 하는 얘기가 "사람들 다 드나드는 블로그에서 무슨 파렴치한 짓거리들이래?"였습니다.  제가 그때 올렸던 상기의 답변에 대한 답덧글도 "남들 다 보는데서 하아하아거리진 않잖아요."였고요.

…그 대답 자체에 대해서는 반박하고픈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만,
어쨌든 핵심은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식으로 본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상황이 기묘하게 돌아가는 것이, 이 사람들은 미소녀 그림 걸어놓고 "모에"라 말하면 거의 무조건 "탁탁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더군요.  

이거 생각보다 골 아픈 문제입니다. 

지금 이 동네에서 쓰이는 "모에"란 단어를 전부 "탁탁탁"으로 치환해놓고 글들을 읽어보세요.  아마 이쪽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전부 DDR에 환장한 인간들로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는 좀 오버겠지만, 확실히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는 상황이겠죠. 

사실은 그런 의미가 아닌데…. 
그런 게 아닌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니 설명해주기도 골치 아프고, 설명해준다고 해서 납득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죠.  게다가 한사람 한사람 붙잡고서 "모두가 그런 의미로 쓰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다니는 건 일단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스스로 사용을 않든 무시하고 편한대로 쓰든, 각자가 선택해야할 일일 겁니다.

모든 것은 각자의 선택.
그냥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근데, 갑자기 왜 얘기가 이렇게 딴데로 새버렸다냐.
아직 질문을 던져놓고 답은 얻지 못했는데.

여러분, 질문이 있습니다.

"모에"가 대체 무슨 뜻이죠?
 
어디부터 어느 선까지를 이르는 말인가요?





덧.
아까 동생과의 대화에 이어서.

"근데 난 이런(메이드복) 걸 왜 알고 있대."
"그러게말이다. 왜 그랬어?"

"누구 탓인데?"
"……."


그려, 미안하다, 미안하이.  다 나의 업보지.
참고로 제 동생은 이쪽 세계와 인연이 전혀 없습니다.

by 하늘빛마야 | 2006/03/14 10:04 | 가끔씩 잡생각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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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orthy at 2006/03/14 10:28
그러게 신기하네요. 모에가 대체 무슨 뜻일까요?^^;
Commented by nano at 2006/03/14 14:37
전 버닝! 에 약간의 에로에로~ 를 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ㅁ'
Commented by 한님 at 2006/03/14 15:36
DC유행어였던 '아햏햏'과 같은 맥락, 즉 외부 집단에 대한 차별성을 위해 내부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를 바꿔 새로 조어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かわいい를 입에 달고 사는건 여고생들도 마찬가지니까 우린 다른 말(萌え)을 입에 달고 살자"라던가...
Commented by Mystic_eye at 2006/03/14 20:29
에; 정확이는 싹을 틔우다라는 말이 정답 입니다만 해석이 두가지로 나뉘더군요. 하나는 무언가에 감정이 싹트다, 사랑의 감정이 싹드다 라는 뜻과, 하나는 모에루 라는 타오르다 라는뜻이 있습니다. 일본인 지인이 많은지라 여쭈어보니 보통 불타오른다 라는 의미로 쓰인다더군요 (오타쿠는 아닙니다;) 에르메스 모에~ 라고 한다면 에르메스에게 불타 오른다 ~ 혹은 에르메스에게 사랑이 싹튼다~ 쥑인다~ 라는 뜻으로 보면 된다더군요 ;
Commented by Poisoner at 2006/03/15 09:45
피어오른다, 싹튼다는 의미는 타쿠적인 해석으로는 썩 쓰이지 않습니다.

한님의 카와이와 같은 식의 차별화 주의라기보다는. 미스틱님의
"불타오른다." "끝내줘" "죽이는데?" 정도가 정답입니다.
Commented by 하늘빛마야 at 2006/03/16 12:41
Forthy 님// 다 아는 듯이 쓰지만, 정작 물어보면 제대로 답해줄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요? 세세한 의미의 범주같은 것은....

nano 님// 저도 그렇게 보고있었는데, 안 그런 사람도 많은가보더군요. 특히나 에로게임을 취급하는 블로그에서 안좋은 인상을 받았던 사람들은 이쪽 취향의 사람들을 "모에"라는 말에 학을 떼더라구요.

한님 님// 확실히... 단어 자체가 "오타쿠 한정"이긴 하죠?

Mystic_eye 님// 저도 대략의 의미는 압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범주로 넘어가면 정확한 정의가 힘들어지더군요. 정사씬과 보통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동일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Poisoner 님// 하지만 "오타쿠 한정"이라는 면에서 일종의 차별화도 보이는 것 같긴 합니다. 일반인들은 그런 말 안쓰잖아요.
Commented by Poisoner at 2006/03/16 14:36
어라? 전 "오타쿠 한정" 이라고 쓴 적 없는걸요.
일반인도 오타쿠 처럼 심각하게 쓰지는 않지만.
"밤일" "혹은 남성들의 H경험담. 등등"
Commented by 하늘빛마야 at 2006/03/16 14:39
Poisoner 님// 헛, 오타쿠 한정이 아니었던 거군요...;
Commented by 지오-나디르 at 2006/03/16 17:29
모에모에~ 잇힝~
Commented by ダ-スケロロ at 2008/01/21 18:25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망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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