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변희봉, 고아성 / 봉준호
나의 점수 : ★★★
괴물은 훌륭히 만들어졌고 한강은 충분히 기괴하다.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 해서 그랬을까.영화는 소화불량에 걸린 듯이 삐걱인다.제법 수작, 그러나 살인의 추억을 기대하면 낭패.[스포일러에 대한 배려는 일절 없습니다.]순수한 재미의 측면에서 볼 때 초반 한 30분 까지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병원을 탈출해 영화가 본론으로 넘어가는 지점부터 이야기는 급속도로 늘어지기 시작하더군요. 전개가 느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처음의 긴장감과 박력을 잃고 평이한 수준으로 내려가다 결말에 도달할 즈음엔 다급해집니다. 어려운 문제 푸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끌어 시험 종료 직전이 되자 다급하게 나머지 문제를 훑어내리는 학생처럼 허둥지둥 결말을 맺어버리죠.
봉준호 감독은 많은 얘기를 하고싶었던 것 같습니다. 주체성 없는 정부, 이기적인 미국, 놀아나는 미디어, 무력한 서민, 관료주의, 부정부패, 생각나는 대로 대충 늘어놓아도 한 트럭은 되겠군요. 감독은 아마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면서 2006 대한민국의 대책없는 실상을 그리고 싶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나온 결과물은 그게 아닙니다.
그 많은 '대한민국의 오늘'은 분명 하나하나는 공감을 자아내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전체적인 그림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따로따로 놀아버립니다. 의욕이 너무 넘쳤는지 미국이나 정부에 대한 감정이 지나치게 격앙되어 적절히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컨트롤이 됐다면 저렇게 노골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겠죠.
이 정도 수준 갖고 무슨 반미 영화라 하느냐는 평을 자주 봤습니다만, 저 정도로 대놓고 드러내면 충분히 반미 아닌가요. 이거 넘어가면 그건 영화 수준이 '한반도' 급인 거고요 -_-. 여하간, 그 정치색을 띄는 노골적인 표현 때문에 영화 속에 표현된 모순들은 '괴물'이라는 대상에 집적되지 못하고 서로 겉돌아버립니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진보적인 주간지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논조는 있지만 통일된 주제는 없는.
게다가 어째서인지 영화의 호흡이 균형있게 잘 맞지 않는 것 같더군요. 초반엔 박력있게 시작했는데 그런 긴장감은 뒤로 가면 갈수록 풀어집니다. 불필요하게 긴 시퀀스가 있는 반면 중요한 부분을 간략하게 넘겨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 고아소년을 가족으로 거두는 부분은 참....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이야기의 흐름 상 뜬금없어뵈지 않습니까. 좀 더 공감이 될만한 장치를 배치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아무리 괴수물은 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영화 제목이 괴물이면 최후의 괴물 퇴치 시퀀스에 무게가 좀 실려야하는 거 아닌가? 라스트 신이 이렇게 박력 없어서야, 원....
[여담이지만 CG도 마지막에 가면 처음의 박력에 비해 안습한 수준으로 하락하죠.]그래도 감독의 능력은 확실히 느껴지는 게, 부분부분의 스토리텔링이나 장면의 포착은 정말 멋지더군요. 한강의 스산한 분위기도 살리면서 화면상으로 지저분하지 않게 화면을 잘 잡아냈습니다. 디테일한 부분에 재미거리를 넣는 실력도 출중했고요. 지금까지 신나게 씹었지만 사실 영화가 엄청 쉣스러워서 그랬다기보다는, 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이 더 큽니다.
별 수 있겠습니까. 봉준호 감독이라고 찍는 영화가 전부 살인의 추억이 될 수는 없는데, 보는 사람은 언제나 살인의 추억을 기대하게 되는 것을. 지금의 명성은 부풀린 감이 있지만 어쨌든 수작은 수작. 볼만했습니다.
PS 1. 그나저나 에이전트 옐로 살포기 말인데요, 그 요상스러운 디자인이 자꾸 신경쓰입니다. 보다보니 자꾸 괴물이 처음 등장할 때, 한강 다리에 꼬리로 거꾸로 매달려 있던 그 모습이 연상되더군요. …지나친 해석이겠죠?
PS 2. 근데 한강에 실제로 괴물이 나타난다면 정말 저 꼴이 날 것 같긴 하군요. 미국이 저럴 것은 정말 '당연'해 보이고요. 대사는 정치적인데 상황 자체는 오히려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이, 제가 반골이기 때문인지 현실이 쉣같아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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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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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살인의 추억]을 아직 안봐서 그런지,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전 꽤 마음에 들었답니다^^;
저거 대신에 캐리비안 봤는데
자니뎁의 연기는 여전히 일품 만세
[.......]
슴가워너비 님// 진짜 너무 끝내줬습니다. 저도 하악하악.
달바람 님// 데려다 키운다는 결론 자체에 대해서는 저도 불만 없어요. 하지만 역시 설명 부족이 자꾸만 걸려서리...;
Truelight 님// 재미있는데... 여유 나시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
DIVE 님// 주제가 반미란 생각은 저도 안 하지만 단순히 배경이라고 보기에는 또 안좋은 면을 너무 자주 강조한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나 채혈하는 곳 밖에서 미군들이 바베큐 파티 벌이는 장면은 좀 노골적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영화 전체의 주제는 역시 '서민'과 '가족'이겠죠.
제네식 님// 영화 자체로만 보면 수작입니다. 괴수물이라는 관점 말고 다른 방향으로 보시면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D
Mystic_eye 님// 그래도 기지국은 제대로 있었으니까... 충격에 쉽게 망가지는 한국 핸드폰의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런지? [...]
바베큐 파티 벌이는 장면: 미군부대에서 2년간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극중에서 리얼리티가 최고로 유쾌하게 살아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캬하하. 미군들이 바베큐 파티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칠 리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