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화제가 되었던 책 [88만원 세대]를 읽다보니 40대 이상의 보수층이 20대와 경제적 이해를 같이한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이 두 세대는 부모-자식간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경제적인 면에서 이해를 같이하고, 그 결과 정치적인 선택도 동일하게 간다는 얘기더군요. 이 대목을 읽다보니 문득 대선에 대해 얘기하다 동생이 꺼낸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2002년 대선 때, 반에 이회창씨를 극렬히 지지하는 애가 하나 있었다? 난 당시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있었는데, 대선 끝나고 나자 무지 웃긴 일이 벌어진 거 있지? 이회창씨가 떨어졌다는 뉴스가 뜬 다음날, 얘가 학교에 와서는 "이회창님 불쌍해서 어떡해! 위로편지라도 보낼까?"라고 말하는 거야. 웃기지 않아? 중학생이 알면 뭘 얼마나 안다고. 정치같은 거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그냥 "그럼 보내든가"라고만 대답하고 말았어.
실은 당시 제가 있던 고등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회창씨가 당선되고 한나라당이 집권해야 우리가 선진국이 된다고 열변을 토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는데, 당시에는 "뭘 그렇게 잘 안다고?"라고 품었던 의문이 지금에 와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라는 확신에 찬 콧방귀가 되어있습니다. 저나 그 친구들이나, 정치에 대해 대한민국 고딩이 지닐 수 있는 안목이란 몇몇 극소수의 예외를 빼면 대체로 가소로운 수준이지요.
사람의 정치색이라는 게 실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릴적부터 교회 따라다니면서 기독교인이 되고 불교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연스레 불교인이 됩니다. 특별한 외부요인이 작용하지 않는 한 부모세대의 정치색은 자녀들에게 그대로 내려오고, 그 결과 가족은 대체로 동일한 정치색을 띠게되죠. 그건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이전의, 가족문화의 대물림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88만원 세대]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지만 정치색에 대한 얘기만큼은 반절밖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양상에 대한 관찰은 맞지만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은 조금 틀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그들이 부모세대와 이해를 같이 하여 계산에 입각해 판단을 내린 거라면 결과가 지금같은 양태로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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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산왕님 말씀대로 88만원 세대를 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글루스덕분에.
Wishmaster 님// 어느 세대든 완전 우경화나 완경 좌경화는 없겠죠. 당시 HC씨를 지지한 사람들이 판단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시 10대들의 상당수가 뭣도 모르면서 일단 우경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으며, 거기에는 부모들이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을거라 짐작할 뿐입니다.
주변 영향에 너무나도 쉽게 중요한 걸 결정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40대-20대 링크론을 긍정적으로[현상이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 라는 측면에서] 여기기도 좀 뭣합니다. 가부장제가 남아있는 동네에서나 통할법한 얘기일지도 몰라서요.
좋은 하루 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