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레임 - ![]() 최인철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좋은 말씀"이 심리학과 접목되면 "삶의 매뉴얼"로 진화한다. |
세상엔 알찬 인생을 누리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논하는 글이 수도 없이 있습니다. 그런 류의 글을 읽으면 늘 빠지지 않는 이야기들 중 하나가 "관점을 바꾸라"는 얘기입니다.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진취적으로 행동하고, 위험보다는 가능성을 보라하고, et cetera et ceatera. 성공을 다루는 어떤 책을 읽어도 소위 "물 반컵" 류의 얘기는 빠지질 않는데, 다 좋은 말이긴 하지만 보면서 크게 와닿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좋은 말씀인 것은 알겠는데, 결국엔 "네 이웃을 사랑하라"와 같이 그냥 좋은 얘기일 뿐이거든요.
자기계발서란 누구나 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는 얘기를 한두 문장으로 정리한 다음 근거를 덧붙여 직접 실천하도록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증거라는 것들은 대개 "내가 해봤더니 잘됐다"이거나 "이렇게 잘난 사람도 이렇게 하라카더라"는 식이어서 도무지 신뢰가 가질 않습니다. 가끔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고전을 끌어오기도 하지만 성현들 말씀이라고 "오오 콩푸시우스 오오"하던 시대는 예전에 지났고, 안 그래도 개성이라곤 쥐뿔도 없는 책을 배는 더 지겹게만 만들 뿐입니다. 과학의 시대에는 과학을 써먹어야죠.
[프레임]은 제목에서 반쯤 추측해낼 수 있듯이, 세상을 보는 틀을 바꾸라는 요청을 담고있는 책입니다. 엔간한 자기계발서 혹은 자기계발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 책들(예컨대 에리히 프롬의 저서)이라면 디테일에서만 약간씩 차이가 날 뿐 백이면 백 들어있는 얘기입니다. 내용 자체는 뻔하디 뻔하다 할 수도 있는 이 책을 의미있게 하는 것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입니다.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건으로 "프레임"을 제시한 뒤에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하면 현명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프레임을 설정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나갑니다.
저자는 책의 상당분량을 실험결과를 제시하는 일에 쓰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 하나하나에 실제 실험결과와 읽을거리를 배치하며 논증을 하는데, 많은 수의 자기계발서들이 "이렇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정말이야, 내 말 한번 믿어보라니깐?"에 그치는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내용이 충실한 책입니다. 판형이 널럴한 점이 눈에 밟히지만 손쉽게 읽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중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챕터 말미마다 내용을 요약하면서 주의를 환기하는 것도 친절하게 읽히는 것이 좋았고요. 덕분에 자기계발서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괜찮게 읽었습니다.
행복을 위해 뭘 해라, 성공을 위해 뭘 하라는 류의 책을 보면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있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굳이 책이 아니어도 비슷한 류의 얘기를 늘 접하고 삽니다. 학교에서도 배우고, TV에서도 듣고, 인터넷에서도 읽고, 하다못해 지하철에 굴러다니는 신문 쪼가리에서도 봅니다. 자기계발서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전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환기시키고 설득시키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 성공담도 늘어놓고, 설문조사결과도 제시하고, 고전도 끌어오고, 우화도 쓰죠. 하지만 설득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일 겁니다.
평소 자기계발서를 보며 늘 작가가 날로 먹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책을 보니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평소 자기계발서를 "A4 용지 1장짜리 얘기를 책 한권으로 불려놓은 사기"라고 칭하곤 했습니다만,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만족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요지가 A4라는 점보다는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 얼마나 나머지 지면을 성실하게 채워넣느냐 하는 점 같네요. 자기 목적에 충실하면서 예상외로 내용이 알찬 만족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자가 심리학자이고 관련분야라서 그런가보다 싶은데, 심리학자들이 쓴 인생론 책들이 이것 외에도 많이 있으니 여유있으면 틈틈이 손에 잡아볼까 싶습니다.







덧글
안단테 2009/03/25 01:16 # 삭제 답글
저도 심리학 교양 부교재로 읽어봤는데 꽤 괜찮은 책이더군요~말씀하신 것처럼 최대한 접근하기 쉽도록 풀어쓴 가운데도 내용이 충실한 점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끝부분에 성인 마라톤의 에이스들 중 어릴 적부터 에이스였던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음을 사례로 들며 '중단 없는 노력'을 강조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Noname 2009/03/25 13:52 #
생각보다 속이 알차서 만족한 책입니다. 이런 류의 책 치고는 정말 읽을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