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1이노우에 켄지 지음, 김애란 옮김, 하가 유이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나의 점수 : ★★
라노베로서도 나사가 두어개는 풀린 물건.
그러나 어쨌건 오락소설로서 제기능은 다 한다.
친구와 교보문고에 갔을 때였습니다. 라노베 코너를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말로 "오덕분이 부족해, 오덕분이. 요즘은 애니도 시원찮고 만화도 안 떙기고… 뭐 생각없이 볼만한 거 없나?"라고 했더니 친구 녀석이 갑자기 책 하나를 지목하더군요. 웬 미소녀가 정면에 박혀있는 것이 대놓고 모에물. 어허, 이런 걸 보던 친구가 아니었는데. 아니, 그보다도, 너 라노베도 보고 있었냐?
"빌려주랴?"라고 말하길래 "ㅇㅇ 한번 볼까"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일요일에 3권 다 건네주더군요. 읽으면서 피식피식. 그러고보니 이 친구, 가장 최근에 내게 빌려준 책이 [샹그리라]였지. 아아, 어쩌다 이 지경이 됐누. 공산당 선언을 읽으며 감동하던 건실한 좌익청년이 어느새 라노베로 사람 낚는 어부가 되었구나. 역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합니다. 친구(나) 하나 잘못 만나 오덕의 수라도를 걷게 된 녀석을 위해 잠시 묵념.
최근에 본 책들 중에 가장 나사가 풀린 물건이 아닌가 싶군요. 학교 시스템이라든가, 소환수라든가, 반대항 전쟁이라든가, 그런거는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만화스러움을 넘어 부자연스럽기까지 한 상황들이라든가, 주인공이 아주 그림에 그린 듯한 바보 캐릭터라는 점도 패스. 아니, 그렇지만 말이지….
이야기 전반에 걸쳐 깔아놨던 히메지의 러브러브 떡밥을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려도 되는 거냐?! 고백 비슷한 분위기라도 내고 넘어가야 하는 거 아냐? 이야기 전반에 걸쳐 은근히 고백 분위기 풀어놓고는 "유우지가 아니라 나였어?"로 쫑이냐?? 게다가 시마다의 츤데레 떡밥은 어떻게 되는겨! "크레페 먹으러 가자!"라니 어이, 방금 네 연적이 고백을 했다고?!?! 뭐야, 이 어중간한 하렘은?!?!
반대항 전쟁에 집중한 것은 좋지만, 그래도 풀었던 연애 떡밥은 회수해야 할 거 아녀. 마지막에 가서 한꺼번에 얼렁뚱땅 매듭짓는 것이, 마치 인기가 적당적당한 만화가 연재중에 애니화됐다가 방영기간이 끝나가도록 원작은 완결되지 않았는데 반응이 너무 어중간해 2기는 나올 기약이 없으니 정해진 화수 안에 완결내고저 얼렁뚱땅 결론짓는 양산형 모에 아니메같은 맛이로다.
………….
…….
…뭐, 아무렴 어때. 어차피 라노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물건의 두드러진 장점을 하나 꼽자면 보는 동안 아무 생각이 필요없다는 점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심지어는 줄거리조차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상황은 시종일관 (애초에 설정부터가) 개그이고 얘기 복잡하게 비비꼬지도 않고 뒤를 예상하며 고민해야하는 추리적인 요소조차도 별로 없습니다. 라이트하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모범(?)적인 예가 될 것 같군요.
오로지 타임킬링을 위해 존재하는 소설이고, 그 범위 안에서 자기 역할은 충실히 합니다. 만화적인 표현에서 오버가 너무 심한 구석이 있지만, 어차피 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치고 그런 거에 크게 구애받을 이는 별로 없겠죠. 완성도는 위에서 얘기한 것 말고도 여러모로 허술하지만, 타임킬링으로는 크게 문제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가 왜 이걸 추천했는지 알 것같군요.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별점은 낮게 줬지만 여튼 재미있게 봤습니다.





덧글
크로이츠 2009/05/12 10:43 # 답글
개그만화와 같은 목적성을 가진 소설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무척 잘 쓰여진 소설이죠.뭐 연애떡밥은 뒷권에서 천천히... 사실 갈수록 호모기믹이 더 돋보이는 편이라서;
Noname 2009/05/12 14:14 #
확실히,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질 않더군요. 그 점이 참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
안단테 2009/05/12 23:59 # 삭제 답글
제목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충실히 어필하고 있다는 느낌이군요^^;;말씀하신 것처럼 가볍게 기분전환용으로 보면 좋을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