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은 에반게리온 이전의 황금기와 에반게리온 이후의 침체기로 나뉘어 진다. - 탐슨가젤
애니메이션에서 작가주의를 얘기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마모루와 프로덕션 IG보다는 오오토모 카츠히로와 스튜디오 4℃라고 본다만…. 여튼,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일련의 모에 코드를 정식화한 물건이라는 점에는 웬만하면 다들 이의가 없을 거라고 본다(혹자는 투하트 얘기를 꺼낼지도 모르겠는데, 관점에 따라서는 그것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준으로 잡는 코드화의 정도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의 의의에 대해서는, 나는 약간 다르게 본다.
근데 이런 거 길게 떠들면 오덕냄새 조낸 쩌는데….
…에라 모르겠다. 언제는 내가 오덕 아니었나.
에바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자면, 탐슨가젤 씨 말마따나 굉장히 얘기가 길어지므로(신지라는 캐릭터에 대해 두 문단 가량 썼다가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싹 치워버린 참이다) 구체적인 얘기는 제끼도록 하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에바가 초창기의 과대평가처럼 이면에 엄청난 철학을 숨겨놓은 물건은 아니라고 보지만, 그 반동으로 나오는 비아냥들 마냥 허세만 있고 내용은 쥐뿔도 없는 물건또한 아니라는 점이다. 에바의 결말을 보며 이야기를 통으로 날려먹었다는 반응을 많이 보는데, 맞다. 에바는 결말에 가서 이야기를 통으로 날려먹었다, 자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탐슨가젤 씨는 에바가 극한의 허무주의에 빠져 주제의식이 증발되었다고 보는데, 난 오히려 에바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들이미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메카물을 빙자해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려는 자폐아 소년의 독립이라는 코드를 들이민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그건 뒤집어 생각해보면 메시지 자체에 천착해서 소재를 주제에 종속되게 만들어버렸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거대로봇들이 시가지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게 다 한 소년의 폐쇄적인 내면세계를 표상한다니, 로봇물 만들라기에 2족보행 MS를 내놓았지만 열혈은 싫어서 건담으로 만들어버린 토미노와 비교해보라. 애초에 접근법부터가 다르지 않나. 이 자기완결성 혹은 자폐성은 [프리크리]로 가서 극단으로 치닫는데, 그 얘기는 일단 제껴두고….
+α 이건 에바가 소재를 다루는 태도를 보이기 위한 비교일 뿐 건담보다 에바가 낫다는 소리가 아니다.
에바는 분명 명실상부한 오덕집단인 가이낙스와 왕오덕 안노 히데아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고, 담긴 코드 역시 오덕의 취향에 맞춰서 삽입된 면이 크다. 로봇, 미소녀, 학원물, 오컬트, 밀리터리 등 즉석에서 떠오르는 코드만 받아적어도 리스트가 하나 나올 정도다. 이런 소위 "오덕스러운" 면모는 가이낙스의 초창기 창작활동인 다이콘 시리즈에서부터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래의 영상은 가이낙스가 아직 대학동아리였던 시절 만들어져,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며 프로진출을 하는 계기가 된 [다이콘4 PV]이다. 일개 대학동아리가 저런 물건을 만들었다는 놀라움은 일단 제쳐놓고, 저들의 창작세계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잠깐 살펴보시기 바란다.
가이낙스는 분명 기존의 애니나 특촬물 등을 선호하였고, 이들을 코드화하여 인용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으로부터 가이낙스가 에바를 현재처럼 모에코드로만 범벅이 된 애니를 만들려했다는 생각으로 바로 점프해버리면 안된다. 가이낙스의 오덕성을 얘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 하나는, 그들은 오덕이었지만 그들이 보고 즐기고 동경했던 애니 특촬 영화 SF들은 현재의 오덕물처럼 코드로만 떡칠된 물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그들이 노리고서 미소녀와 로봇과 학원물이라는 코드로 섞어찌개를 끓였다고 해서 그들이 오로지 그것만을 목적으로 하여 애니를 만들었다고 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생각하면 TV판의 마지막화나 극장판의 그 파괴적인 결말은 설명이 안 된다.
코드의 섞어찌개로 치자면 [나디아]나 [톱을 노려라]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에바는 시대적인 이유에서건 사람들의 취향 문제 때문이건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에반게리온이 현재와 그 이전의 트렌드 사이에 시기좋게 끼어버린 물건이라고 본다. 도대체 에바같은 심란한 물건을 보면서 레이나 아스카에 학학댈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만, 여튼 사람들은 두 히로인에 열광했고 가이낙스는 각종 파생상품으로 그걸 잘 팔아먹었다. 반면 안노 감독은 에바의 아이돌인 레이와 아스카를 마지막에 가서 처절하리만치 박살내버린다. 특히 레이는 가히 난도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안노 히데아키의 테러를 당했는데, 이런 이중적인 면모는 에바가 당시 어떤 경계선 위에 서 있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 아닐까한다 : "메시지 중심"과 "모에코드 중심". 이 점은 [프리크리]와 [마호로매틱] 사이의 갭, 니아와 요코를 흥행요소로서 전면에 내세우는 [그렌라간]의 스태프가 항의하는 시청자들에게 "오타쿠" 운운하며 소란을 일으킨 사건 등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안노 감독의 자가당착적인 퍼포먼스는, 모두들 알다시피, 완벽하게 실패했다. 오타쿠들은 대오각성(?)하는 대신 "웃기지 마. 우린 우리 맘대로 놀 거다"라며 코믹마켓의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웠고, 심지어는 에반게리온의 겉멋잡는 스타일을 "세카이계"라는 이름의 트렌드로 만들어냈다. 난 작금의 모에물들이 "창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를 위해 끊임없이 이름만 바꿔서, 코드의 조합만 마이너하게 바꿔가며 복제하고 재생산하는 요즘의 모에물들은 "창작"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되는 것에 가깝다. 이것의 향유자들은 밥 먹고서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뽑아마시듯이 습관적으로 대세를 찾아 이를 섭취한다. 괜히 한마디 덧붙이자면 난 쿄애니와 그 팬덤이 애니메이션의 생산-소비 체제의 완성판이라고 생각한다만, 그 얘기는 여기서는 제끼도록 하고….
에반게리온이 그 이전의 애니와 이후의 애니 사이의 간극을 벌려놓은 경계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에바를 기점으로 애니메이션은 서사 중심에서 코드 중심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하지만 난 에바가 전적으로 후자에 속한다기보다는 둘의 경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애니였다고 생각한다. 안노 히데아키는 이 트렌드 변화에 발악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가이낙스는 이후 파생상품으로 에바를 신나게 팔아 잡수셨으니, 솔직히 욕 먹어도 할 말은 없으렷다. 우리고 또 우리다 이제는 새로운 극장판까지 내놓고 있는데, 새로운 줄거리로 전개된다니 그래도 내심 기대는 된다. 애니가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경계가 되었던 물건인 만큼, 새로이 나오는 극장판에서는 혹여 가이낙스가 오덕들에게 내놓는 새로운 제안이라도 들어있지 않을까 싶어서. (퍽이나)
P.S. 아 정말이지, 내가 봐도 쩐다. 뭐 이런 얘기를 이렇게나 길게 써놨나.
애니메이션에서 작가주의를 얘기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마모루와 프로덕션 IG보다는 오오토모 카츠히로와 스튜디오 4℃라고 본다만…. 여튼,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일련의 모에 코드를 정식화한 물건이라는 점에는 웬만하면 다들 이의가 없을 거라고 본다(혹자는 투하트 얘기를 꺼낼지도 모르겠는데, 관점에 따라서는 그것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준으로 잡는 코드화의 정도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라고 본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의 의의에 대해서는, 나는 약간 다르게 본다.
근데 이런 거 길게 떠들면 오덕냄새 조낸 쩌는데….
…에라 모르겠다. 언제는 내가 오덕 아니었나.
에바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자면, 탐슨가젤 씨 말마따나 굉장히 얘기가 길어지므로(신지라는 캐릭터에 대해 두 문단 가량 썼다가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싹 치워버린 참이다) 구체적인 얘기는 제끼도록 하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에바가 초창기의 과대평가처럼 이면에 엄청난 철학을 숨겨놓은 물건은 아니라고 보지만, 그 반동으로 나오는 비아냥들 마냥 허세만 있고 내용은 쥐뿔도 없는 물건또한 아니라는 점이다. 에바의 결말을 보며 이야기를 통으로 날려먹었다는 반응을 많이 보는데, 맞다. 에바는 결말에 가서 이야기를 통으로 날려먹었다, 자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탐슨가젤 씨는 에바가 극한의 허무주의에 빠져 주제의식이 증발되었다고 보는데, 난 오히려 에바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들이미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메카물을 빙자해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려는 자폐아 소년의 독립이라는 코드를 들이민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그건 뒤집어 생각해보면 메시지 자체에 천착해서 소재를 주제에 종속되게 만들어버렸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거대로봇들이 시가지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게 다 한 소년의 폐쇄적인 내면세계를 표상한다니, 로봇물 만들라기에 2족보행 MS를 내놓았지만 열혈은 싫어서 건담으로 만들어버린 토미노와 비교해보라. 애초에 접근법부터가 다르지 않나. 이 자기완결성 혹은 자폐성은 [프리크리]로 가서 극단으로 치닫는데, 그 얘기는 일단 제껴두고….
+α 이건 에바가 소재를 다루는 태도를 보이기 위한 비교일 뿐 건담보다 에바가 낫다는 소리가 아니다.
에바는 분명 명실상부한 오덕집단인 가이낙스와 왕오덕 안노 히데아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고, 담긴 코드 역시 오덕의 취향에 맞춰서 삽입된 면이 크다. 로봇, 미소녀, 학원물, 오컬트, 밀리터리 등 즉석에서 떠오르는 코드만 받아적어도 리스트가 하나 나올 정도다. 이런 소위 "오덕스러운" 면모는 가이낙스의 초창기 창작활동인 다이콘 시리즈에서부터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래의 영상은 가이낙스가 아직 대학동아리였던 시절 만들어져,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며 프로진출을 하는 계기가 된 [다이콘4 PV]이다. 일개 대학동아리가 저런 물건을 만들었다는 놀라움은 일단 제쳐놓고, 저들의 창작세계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잠깐 살펴보시기 바란다.
가이낙스는 분명 기존의 애니나 특촬물 등을 선호하였고, 이들을 코드화하여 인용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으로부터 가이낙스가 에바를 현재처럼 모에코드로만 범벅이 된 애니를 만들려했다는 생각으로 바로 점프해버리면 안된다. 가이낙스의 오덕성을 얘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 하나는, 그들은 오덕이었지만 그들이 보고 즐기고 동경했던 애니 특촬 영화 SF들은 현재의 오덕물처럼 코드로만 떡칠된 물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그들이 노리고서 미소녀와 로봇과 학원물이라는 코드로 섞어찌개를 끓였다고 해서 그들이 오로지 그것만을 목적으로 하여 애니를 만들었다고 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생각하면 TV판의 마지막화나 극장판의 그 파괴적인 결말은 설명이 안 된다.
코드의 섞어찌개로 치자면 [나디아]나 [톱을 노려라]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에바는 시대적인 이유에서건 사람들의 취향 문제 때문이건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에반게리온이 현재와 그 이전의 트렌드 사이에 시기좋게 끼어버린 물건이라고 본다. 도대체 에바같은 심란한 물건을 보면서 레이나 아스카에 학학댈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만, 여튼 사람들은 두 히로인에 열광했고 가이낙스는 각종 파생상품으로 그걸 잘 팔아먹었다. 반면 안노 감독은 에바의 아이돌인 레이와 아스카를 마지막에 가서 처절하리만치 박살내버린다. 특히 레이는 가히 난도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안노 히데아키의 테러를 당했는데, 이런 이중적인 면모는 에바가 당시 어떤 경계선 위에 서 있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 아닐까한다 : "메시지 중심"과 "모에코드 중심". 이 점은 [프리크리]와 [마호로매틱] 사이의 갭, 니아와 요코를 흥행요소로서 전면에 내세우는 [그렌라간]의 스태프가 항의하는 시청자들에게 "오타쿠" 운운하며 소란을 일으킨 사건 등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안노 감독의 자가당착적인 퍼포먼스는, 모두들 알다시피, 완벽하게 실패했다. 오타쿠들은 대오각성(?)하는 대신 "웃기지 마. 우린 우리 맘대로 놀 거다"라며 코믹마켓의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웠고, 심지어는 에반게리온의 겉멋잡는 스타일을 "세카이계"라는 이름의 트렌드로 만들어냈다. 난 작금의 모에물들이 "창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를 위해 끊임없이 이름만 바꿔서, 코드의 조합만 마이너하게 바꿔가며 복제하고 재생산하는 요즘의 모에물들은 "창작"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되는 것에 가깝다. 이것의 향유자들은 밥 먹고서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뽑아마시듯이 습관적으로 대세를 찾아 이를 섭취한다. 괜히 한마디 덧붙이자면 난 쿄애니와 그 팬덤이 애니메이션의 생산-소비 체제의 완성판이라고 생각한다만, 그 얘기는 여기서는 제끼도록 하고….
에반게리온이 그 이전의 애니와 이후의 애니 사이의 간극을 벌려놓은 경계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에바를 기점으로 애니메이션은 서사 중심에서 코드 중심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하지만 난 에바가 전적으로 후자에 속한다기보다는 둘의 경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애니였다고 생각한다. 안노 히데아키는 이 트렌드 변화에 발악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가이낙스는 이후 파생상품으로 에바를 신나게 팔아 잡수셨으니, 솔직히 욕 먹어도 할 말은 없으렷다. 우리고 또 우리다 이제는 새로운 극장판까지 내놓고 있는데, 새로운 줄거리로 전개된다니 그래도 내심 기대는 된다. 애니가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경계가 되었던 물건인 만큼, 새로이 나오는 극장판에서는 혹여 가이낙스가 오덕들에게 내놓는 새로운 제안이라도 들어있지 않을까 싶어서. (퍽이나)
P.S. 아 정말이지, 내가 봐도 쩐다. 뭐 이런 얘기를 이렇게나 길게 써놨나.





덧글
탐슨가젤 2009/05/21 17:06 # 답글
덕분에 그저 오덕까들이 흔히 말하는 씹덕질이 아닌 '토론'과 생각을 할 기회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떡밥에 대한 변명ㅠㅠ)본문의 내용을 보니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특히 다이콘.. 그들이 단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였다라는걸 새삼 느끼게 해주네요 ㄷㄷㄷㄷㄷ 지금 보느라 덧글올리기를 클릭 못하는중.
Noname 2009/05/22 21:00 #
경악스럽죠. 애초에 좀 특출난 사람들을 그러모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도 아닌데 저 정도로 뽑아낸다는 게 대단합니다.
위시 2009/05/21 17:15 # 답글
오덕 향 좋네요 'ㅁ'저는 오덕오덕 떡칠한 애니보다는 그 떡칠 안에서 뭔가 전하고픈 메세지가 발견되는 애니가 좋습니다(라지만 기묘할만치 애니를 안 봐서...). 마치 흙에서 진주 파내는 느낌이 들잖아요.
Noname 2009/05/22 21:02 #
사실 저는 대놓고 오덕오덕한 물건도 아주아주 좋아하는지라....[...]어차피 취미의 영역인 이상 자기가 원하는 것을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도 기왕이면 보면서 좀 파고 생각하고 썰을 풀(?) 것이 있는 작품이 좋아요. :)
안단테 2009/05/21 23:28 # 삭제 답글
요즘 모에물들이 창작이 아닌 무한복제 생산에 불과하다는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군요(...)개인적으로 에바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건 본편의 독특함&팬들의 허세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제대로 된 결말을 내지 않았기에 그 찝찝함으로 인해 무수한 복제, 대생산이 이뤄진 면도 꽤 크다고 생각합니다. 좀 맞지 않은 비유일지 모르나 지져스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걸로 그는 부활한 것이 되고, 신화로서의 마침표를 찍게 된 거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번 에바 극장판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예전에 사람들이 바랐던 정상적(?)이고 무난한 결말을 내놓는 걸로 (한참 늦은 감이 있지만) 에바의 환상을 깨뜨리는 게 아닐까 싶네요. 기 증명된 것처럼 레이나 아스카를 망가뜨리는 건 팬들의 아쉬움만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밖에 가져오지 않았지요. 진정 안노 감독이 에바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안쓰럽다면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난한 블록버스터 작품을 만들어주는 게 최선이라 생각해요. 그럼 거기에 빠져 있었던 사람들은 "아, 잘 봤다" 한 마디&기지개와 함께 에바를 머릿속에서 깨끗이 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농담 삼아 하는 얘기지만 신지가 열혈각성해 그렌라간2를 찍는 걸로 화끈하게 끝내버리면 어떨까도 싶네요^^;;
Noname 2009/05/22 21:09 #
그런 이유에서 명성이 좀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확실히 시대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시사하는 바가 큰 애니였다고 생각합니다. 좀 반발을 살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 에바는 오히려 방영하고 붐을 일으키던 당시보다 지금 상황에 더욱 적합한 물건이 아닌가 싶어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에바를 보며 "신지=찌질이"로 결론지었고 지금도 그 평가가 지속되고 있긴 합니다만, 요즘 사람들이, 조금만 주의 깊게 에바를 읽는다면, 아마도 내리는 평가가 전혀 달라질 거라 생각되거든요.
안단테 2009/05/25 12:09 # 삭제
음, 하기야 최소한 그 시절에는 코드가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취향이었지, 지금처럼 목적 그 자체는 아니었으니까요. 사실 안노 감독이나 가이낙스의 오타쿠 운운 주장은 일견 이해는 가는 게, 그들 입장에서는 엄연히 코드를 코트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으니 다른 오덕들과는 자신들이 지향점이 다르다고 느낄 법도 한 것 같아요. 물론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놈이 그놈이겠지만요^^;; 에바에서의 코드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하고, 작품을 진지하고 그럴 듯하게 꾸미는 법은 확실히 왜곡되지 않고 전수되었으면 한다고 저도 동감합니다.
지오-나디르 2009/05/22 13:19 # 답글
적절하다
Noname 2009/05/22 21:10 #
적절하게 피어오르는 오덕의 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