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가 동조하기 때문" by Noname

2년 전 [뉴욕 리뷰 오브 북스 New York Review of Books]의 편집장이며, 이탈리아를 잘 알고 또 사랑하는 밥 실버즈가 미국인다운 순진함으로 나에게 이렇게 질문했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 인들은 누가 도둑질하였고, 누가 기차에 폭탄을 설치했는지 등을 잘 알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느냐고 말이다. 나는 그에게 ― 그건 2년 전이었다 ―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동조하기 때문이라고. 대다수 국민이 동조한다는 것은 선거 결과에서 증명되었다. 이탈리아 인들은 오늘날 서로 헐뜯고 있는 정당들에게 지난 40년 동안 투표하였다. 무엇때문에 동조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미셸 푸코가 말하는 권력의 역학으로 설명되어야 할 문제이다. 한 무리의 부패한 자들이 나라를 착취한 것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모두가 그런 사태의 진행에서 무엇인가 이익을 얻었다. 마치 소상인이 그 구역을 보호하는 갱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약간 손해를 보지만, 이웃 구역에서 어느 악당이 올 경우 누구에게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지,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최소한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지, 얼마가 드는지, 어떻게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추천서 한 장으로 너무 힘들지 않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힘든 경쟁 없이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는지……. 간단히 말해 그런 것이 편했고, 그렇기 때문에 코를 틀어막고 투표하였다. 그런데 간단히 말해, 오, 세상에, 누가 안드레오티에게 투표하였는가? [일 마니페스토]의 극소수 사람들이?

움베르토 에코, "누가 안드레오티에게 투표하였는가" (1993), [미네르바 성냥갑], 열린책들, 2004(2000). 79~80쪽.

뼈 아프다. 남의 얘기가 아냐.
사람살이 돌아가는 방식은 어디 가든 다 비슷한 건가.

얼마 전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열린책들 코너에서 떨이로 팔길래 집어왔다.
이탈리아의 시사 주간지 [레스프레소]에 연재된 동명의 칼럼을 엮어모은 책인데,
일주일에 한 편씩 써제끼느라 얄팍한 맛이 좀 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여담이지만, 과거 한 때 진중권 씨에게 움베르토 에코의 역할을 기대한 적이 있었다.
학자로서가 아니라(될 성 싶나) 사회를 향해 말하는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지금 돌이켜보면 참… 바랄 걸 바랐어야지 싶은 생각밖엔 안 든다만.

이거 어째 말하다보니 본문보다 여담이 길어진다만,
진중권 씨는 글을 1주일에 한 편씩만 쓰도록 쿼터제라도 시행했음 좋겠다.
스팀 오르는 거 잠시 억누르고 정제해가면서 쓰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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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오-나디르 2009/05/24 22:06 # 답글

    진중권 예전에 했던 자살드립으로 망함.
    한겨레도 예전 기사에 걸려 망함.

    끝.
  • Noname 2009/05/27 20:53 #

    그 정도로 망할 것 같으면 진중권은 애진작에 패가망신 했겠지. 원체 입방정이 심한 사람이니까. 진중권은 신해철과 달라서 한동안 신중하게 아닥하고 있다가 일이 잠잠해지면 멀쩡하게 다시 올라와 활동할 거라고 본다. 보아하니 다들 노무현씨의 죽음 수습하기 바빠 독립신문처럼 한가해빠진 곳 말고는 관심도 없는 듯 하다. 게다가 현 실세들이 워낙 입방정들이 심하다보니 6년 전에 입 잘못 놀린 것 갖고 새삼 문제가 벌어질 리도 없고.

    여담이지만 현재 가장 한심한 건 변희재. 진중권을 독설로 깔 생각이면 자기는 그 반대급부로 신중하게 애도를 표해야 이게 먹히는 건데, 이건 하는 짓이 "진씨도 정몽헌 깠으니 피장파장"이니 그저 신나게 씹혀주실 수밖에. 조갑제는 한때 기자로서 존경받기라도 했지, 변희재 쟤는 이름 날려보기도 전에 시들어빠져서 벌써 조갑제와 동급으로 추락하고 있다. 쯧쯧.
  • 안단테 2009/05/25 12:03 # 삭제 답글

    아, 너무나 와닿는 이야기군요(...) 그렇지요, 다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그것을 원해서 뽑았으니까요. 투표 전부터 그의 부패동영상이나 우려되는 예측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었습니다만, 젊은층은 선거에 무감각하고 나머지는 "경제만 살리면 된다"라는 식이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듯 합니다.(그렇다고 해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고 기분상…)
    진 교수는 비판정신과 절묘한 비꼬기 비유 등으로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건 높게 사고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쓸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 신해철 씨가 해명 인터뷰하면서 "나는 우리 사회의 광대로서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해 위악스러움을 일부러 표방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 진 씨가 자아도취는 적당히 하고 TPO를 가리셈, 정도의 태클을 걸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그 말이 진 교수에게도 일부 그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말 적당히 자제 좀^^;;
  • Noname 2009/05/27 20:58 #

    사실 "진본좌" 운운하며 찬양받는 토론 실적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래저래 빈틈이 많은 사람이죠. 문제는 그의 반대측에 서 있는 사람들의 8할은 진중권 씨 쪽으로 치고 들어갈 능력 자체가 없고, 나머지 능력이 있는 2할의 사람들은 진중권씨처럼 화려하게 굿판을 벌이는 재주를 결한지라…. 그러고보면 진중권 씨는 스탯 배분(?)을 말싸움에 특화한 캐릭터 같습니다.
  • 언럭키즈 2009/05/28 21:35 # 답글

    한국판으로 바꾸면 "누가 정동영에게 투표하였는가" 정도 되려나요 orz
    링크 신고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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