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염치한 피해의식, 500만의 대변인 by Noname

http://juwolf.egloos.com/2365698


그래, 내가 근래에 이글루스의 친노 블로거들의 민주당을 향한 분노에 찬 사자후를 보며 가장 의문스러웠던 점 하나는, 민주당이 노무현을 배신한 자들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당신들이 그딴 소릴 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민주당에서 DJ의 후원을 받으며 성장해 급기야는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키워드로 성공한, 그런데 막상 당선되고 나니 민주당 박살내서 호남지역 팽하고 열린우리당 만들어놓은 사람의 지지자들이 할 소리더냔 말이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지점 중 하나가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것이 오롯이 노무현씨의 공이라는 생각인데, 이건 영남출신 노무현씨 혼자 튀어나와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영남" 출신의 노무현씨가 "호남"의 지지를 받았을 때에 성립 가능한 개념이다. 따라서 노무현씨가 정말 지역주의 극복을 하려고 했다면 그는 영호남을 같이 포용했어야 한다. 내부에서 동교동계 떨쳐내는 거야 정쟁으로서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적어도 민주당의 기존 지분 홀라당 발라먹고 딴살림을 차리면 안되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해먹었잖아.


http://breaknews.com/sub_read.html?uid=91086§ion=sc1
http://breaknews.com/sub_read.html?uid=88066§ion=sc11


노무현씨의 지역주의 타파를 향한 뜻을 모욕할 생각은 없다. 난 그가 좋은 뜻에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방법론이 완전히 글러먹었다.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좋다. 근데 그건 양대 지역 어느 쪽에도 피해를 주지 않거나, 양쪽 모두 동일하게 부담을 질 경우에나 가능한 얘기다. 전국정당 만들겠답시고 한쪽 지역의 세를 완전히 말아먹어서야 얘기가 성립하질 않지 않는가. 그런데 그는 민주당을 식물상태로 만들어놓고도 모자라 자신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것을 무슨 원죄로 여기는 마냥 애꿎은 호남을 걷어찼다. 심지어는 퇴임 후까지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228163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11990.html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0809/h2008092402472021080.htm


말이야 옳다. 지역주의 타파해야지. 그런데 지역구도가 엄연히 잔존해있는 상태에서, 게다가 노대통령 지난 임기동안 이쪽의 "전국적"인 지지율 있는대로 깎아먹은 상황에서, 지역기반을 확충키보다는 전국정당으로 가야한다 운운하는 것은 두 진영이 참호전 하는데 밀리는 쪽에다 대고 왜 정정당당하게 결투로 승부보지 않냐고 따져대는 꼴과 매한가지다. 게다가 영남은 뒷전이고 유독 민주당을 물어뜯고 호남을 걷어찬다. 민주당은 자기 영향권 안에 있고, 그쪽 지지층인 소위 "범민주세력"은 자기 텃밭이다 이거지.

이런 상황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에 들어갔어, (실제로야 어쨌건 언론상으로)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해, 결국 그의 부인과 자식들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그런데도 노무현씨를 민주당이 감싸줬어야 했다고? 세상에, 민주당보고 무슨 오른뺨 얻어맞으면 왼뺨도 대주는 예수 그리스도가 되라고 하는 격이다. 정치보복의 일환으로 당한 거 맞고, 나도 아까운 사람 보내게 되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여기긴 하지만, 지금 이 구도에서 노무현씨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욕하는 것은, 정말이지 몰염치도 이런 몰염치가 따로 없다.

아닌 말로, 노무현씨 배신때리고 열린우리당 작살낸 사람들이 과거엔 어디 갑남을녀 필부필부로 살다가 메시아 노짱의 깃발 아래에 돌연 정치에 뜻을 두고 모여든 양산박의 108 호걸들인가? 그 사람들 과거엔 민주당 있다가 대통령이 딴살림 차리겠다니까 자기네 정치 등용문이었던 민주당 버리고서 훌룰루 쫓아나온 사람들이다. 그 배신의 대행진에서 수장을 맡았던 사람이, 다시 그들로부터 배신당해 덩그러니 남아버린 것일 뿐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런 한심한 족속들이 포진해있어도,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런 인간들조차 포섭하고 이용해먹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고, 그것이 바로 "현실정치"라는 것이니까 말이다.

민주당과 친노세력은 피차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같이 한 배를 탔었지만 결국엔 서로 한차례씩 상대의 속 후벼파고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서로의 옆구리를 찔러온 사이다. 그러니 친노 사람들에게 민주당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적어도, 열린우리당의 창당과 그간 노무현씨의 민주당을 향한 견제발언 등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노무현씨를 안 지켜줬다고 배신자 유다 운운하는 몰염치를 보이진 못할 것이다(우습게도 저 "유다" 운운은 진보신당 지지자가 한나라당 지지자의 민주당 규탄글을 추천하면서 날린 멘트다. 가소로운 것도 정도가 있지). 최소한 누가 누굴 배신때렸네 어쨌네 피해자연 할 수 없을 것이다. 둘은 서로 칼과 칼을 맞댔던 사이고, 그냥 그것일 뿐이다.

그럼 민주당이 왜 상주노릇을 하냐고? 안 그럼 어쩔 건데. 당장에 추모 좀 하자는데 시청앞 광장을 버스성벽으로 둘러치고, DJ씨가 추도사 하겠다는데 그거 하나 허가 안 해주고, 영결식 끝나기가 무섭게 전의경들이 분향소를 때려부수고 앉았다. 저거에 대해 항의라도 하고 정치공세라도 좀 펼쳐야 할 거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현 정권의 비인간성과 과오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고, 당장에 이 뜻을 정치적으로 대변해줄 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는다면, 그건 현 상황에서는 미우나 고우나 친정집인 민주당의 역할이다. 민주당에서 출발해 도로민주당으로 마침표 찍은 노무현씨의 정치역정을 생각하면 당연히 나오는 결론이다. 아님 누가 할 건가. 미운정 고운정 대선 라이벌 회창씨? 대연정 러브콜도 마다한 츤츤 그네공주? 5년 임기 내내 "좌파 신자유주의"로 독경을 했던 민노당? 이제 겨우 의석 하나 얹어 신이 난 진보신당? 이젠 존재여부조차 희미한 문국현당?

봉하마을 조문객이 100만이고 전국적으로 추모자가 500만이다. 설마 그게 다 노사모나 노무현씨의 정치적인 지지자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시 국정 지지율은 30%를 밑돌았다. 설마 이 사건 하나로 사람들이 원융회통하여 그의 정책들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했다고 믿진 않겠지. 노무현씨의 노선에 대한 지지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고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있다(나 또한 그 중 한 사람이다). 그 사람들은 노짱의 유지를 잇느냐 마느냐와 별개로 이번에 벌어진 참상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 사람들의 뜻이 있으면 대변자도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이 아직 남아있고 그럴만한 힘이 있었더라면 난 한시적으로나마 열린우리당을 지지했을 것이다. 근데 열우당 없잖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친노신당을 만들든, 재단을 설립하든, 시민운동을 하든 상관없는데, 지금 이 추모의 분위기와 에너지가 오롯이 친노세력들의 것이라고 여기지는 말길 바란다. 현 상황에 분노하는 사람, 따지고싶은 사람들이 모두 당신과 같은 얼굴을 한 것은 아니다. 노무현씨는 당신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리고 나중에 당을 만들고 집을 지어 친노 지지자들끼리 오손도손 모여살아도 상관 없으니, 제발 저 더럽고 치사한 정권에다가 쫑크 한번만 좀 먹여보자. 도와달라고 안할 테니 파토나 내지 말라. 솔직히 "민주당 죽어버려"니 어쩌니 독을 퍼붓지만 않았으면 누가 친노 사람들 건드리기라도 했겠는가? "적대해놓고 이제와서 함께하자고 한다"는데, 누가 불렀는데? 민주당이 불렀나?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 그러길 바라는 이들도 있을 지 모르겠다만, 난 그럴 필요없다고 본다. 안 와도 된다. 훼방놓지만 마라. 친노 아닌 500만의 한 명으로서, 제발 부탁한다.

이 "서거정국"이라는 거, 기본적인 상식과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겠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벌써 식기 시작하는 감도 있다). 그거 사그라들기 전에, 분노가 힘을 잃고 사람들이 체념하고 좌절하기 전에, 친노세력들끼리 신속하게 참호 파고 진지 구축해서 공략할 수 있다면 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누누이 봤으니 알겠지만, 이번 정권은 사람들이 모여 항의한다고 해서 스스로 반성하는 정권이 아니다. 힘으로 따지지 않으면 안면몰수하고 모른척 할 정권이다. 친노들끼리 그거 할 수 있다면, 혹은 안면몰수하는 거 감내할 수 있으면 해라. 난 둘 다 자신없으니까 당장에 민주당 쪽으로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축이다만.



+α 논지를 보다 확실히 하기위해 검은달빛 님의 블로그에 달았던 덧글을 옮겨오겠습니다.

뜻이 다른데 장기적으로 "안티MB"의 기치아래 모이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만, 한시적으로나마 집결해서 최소한 노무현씨 죽은 것에 대한 항의 좀 하고 쫑크 정도는 먹였으면 좋겠습니다. 그 뒤에야 친노세력이 당을 새로 만들든, 진보가 제 갈길을 가든, 자기 길 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추모객이 전국적으로 500만이나 모였다고 하는데 그 500만이 전부 친노는 아닐 것이고, 진보 안에서도 노무현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충분히 많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500만이라는 정치적인 역량의 범위 안에서, 최소한 그들이 지닌 공통분모에 한해서는, 소정의 결론을 내리고 뜻을 관철시킬 필요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가든, 한시적인 연합이 무의미하다 생각치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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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검은달빛 2009/06/07 14:40 # 답글

    생각해 보니 '친노'라는 세력 자체가 워낙 불분명해서 이러한 문제가 터지는 것 같은 감도 좀 있습니다. 지도부도 없고, 서로 단독 회동해서 뭉쳐본 적도 없고, 여기저기서 제 나름대로 의견 빵빵 터뜨리면서 본인이 싫어하는 세력들을 개인적으로 여기저기 치고 받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나 봅니다. 민주당 상황은 거의 잘 몰랐지만, Noname 님의 포스트를 읽고 나니 점점 친노에게 주어졌던 가치들이 갈 수록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요.
  • Noname 2009/06/08 09:07 #

    지나치게 "노무현"이라는 인물에게 가치가 집중된 감은 있었지만, 여튼 나름대로 자기 소신은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자기소신이 만인에게 보여줬을 때 모두에게 다 옳고 정당한 것은 아니었을 뿐이고, 피차 자기 생각이 옳다고 으르렁대는 일군의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 갈매기 2009/06/07 16:22 # 답글

    다른 건 모르겠고 "솔직히 "민주당 죽어버려"니 어쩌니 독을 퍼붓지만 않았으면 누가 친노 사람들 건드리기라도 했겠는가? " 이건 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소위 '지역주의자'들의 행태는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전 무슨 블로그에 한 사람이 찍 갈겼다고 이런 키배가 벌어진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책임전가일 뿐이죠. 그냥 서로 싫어하니까 싸우는 거지.
  • Noname 2009/06/08 08:58 #

    영남VS호남이 감정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한쪽에서 "부패반민주세력"이나 "종북빨갱이"라는 식으로 신경 건드려대지 않으면 무턱대고 싸움부터 나는 것은 아닙니다. 갈매기 님이 얘기하시는 그 드러나지 않은 "실제로 많은 소위 지역주의자들의 행태"가 뭐에 대한 얘긴지도 모르겠고, 지금 돌아가는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거니와, 그런 식으로 얘기를 무한히 확장해나가면 될 논의도 안 됩니다.
  • Moonseer 2009/06/08 00:32 # 답글


    인간 노무현에 대한 평가와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별개죠.

    전자에 대한 건 존중받아야 되고 함부로 말하면 정말 호되게 비난받아야 하는 게 도리겠지만, 후자의 경우 평가되는 것도 비난받는 것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거기 너무 집중하면 정쟁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져서 호감이 줄어든다는 거죠.

    친노세력은 내부정돈이 제일 힘들 겁니다. 솔직히 어지간하면 내버려두고 '인간 노무현'에 대한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게 여러 면에서 낫다고 봅니다. 거기다 대고 입바른 이야기 한다고 제 정신 차릴 거라고 보기는 어렵지 싶어요.



  • Noname 2009/06/08 09:10 #

    저도 노무현씨의 공과에 대해서 별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방팔방 찌르고 다니지만 않으면 관심을 안 둘 텐데….
  • 안단테 2009/06/08 12:17 # 삭제 답글

    속 시원한 지적이네요. 노무현 씨가 어떤 정치적 이상을 위해 그런 노선을 잡았는지와는 별개로 결국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나오게 된 건 어느 정도 자업자득인 면도 있다고 봅니다. 무슨 정치가 산 속의 청담파 학자들과 대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힘 깎아내리는 것처럼 자기 목 죄는 일도 없겠지요. 그렇기에 마지막 제안이 마음에 드는군요. 저역시 서로 감정적으로 속이 썩는다는 건 알지만 잠시라도 '공공의 적' 배제를 위해 협력하거나 아니면 자중해줬으면 좋겠어요.
  • Noname 2009/06/08 15:40 #

    그러니까요. 그 이후에 노빠들끼리 신당을 세우든 NGO가 되든 알아서 갈 길 가시고, 일단 지금은 피차 협력했음 싶지만.... 그럴 마음이 그쪽 사람들에게 있어뵈지 않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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