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소주 불매운동 단상 by Noname

언소주, 이번엔 '광동제약 불매운동' - 미디어 오늘
광동제약 "특정 신문에 광고편중 시정" - 미디어 오늘
언소주 "불매대상 2호 기업은 삼성" - 미디어 오늘
경향-조선·동아, 언소주 불매운동 놓고 ‘맞짱’ - 미디어 오늘



난 개인적으로 이 운동이 참 탐탁치 않은데, 왜냐하면 책임을 묻는 대상이 한 다리 건너에 있기 때문이다. 목적론적으로 생각하면 이 운동이 타당해보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조중동이 사회적으로 문제다 → 보이콧이 필요하다 → 광고주에 대한 압박이 유효하다 → 광동제약을 보이콧한다"는 프로세스로 생각을 하면 이 불매운동은 합리적이다. 그런데 합리성과 별개로, 조중동에 대해 따져야 할 문제를 광고를 집중적으로 실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기업에게 묻는 것은 정당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본다.

기업은 모든 신문에게 공평하게 광고를 분배할 의무가 있는가? 난 없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어디에 광고를 싣고 홍보를 하건 그건 그 기업의 선택 문제다. 왜 하필 보수신문에만 광고를 삼느냐고 따지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그것을 문제를 삼는다면 그 주체는 광동제약 주주들의 몫일 것이다. 다시 말해 "왜 우리 기업을 그런 식으로 굴리냐"며 주인으로서 경영방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면 따질 수 있는 문제이나, 광동제약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회사 경영방침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직접적인 경영간섭이나 회사에 대한 물리력 행사 없이 소비자 차원의 불매 캠페인만을 벌이는 것을 굳이 저지해야 할까? 물론 저렇게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것이 영업에 방해가 되긴 할 거다. 그런데 애초에 모든 종류의 소비자 운동은 기업에 대한 영업 방해행위이다. 정당한 소비자 운동은 그것이 기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공익적인 가치"가 있으며 "적정선"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α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공익적 가치"는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주장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기성의 관념에서 벗어나는 모든 주장은 비공익적이 되어버리니까. 주장의 공익성은 담론으로서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추면 족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주장이 공익성을 띤다는 사실이 타당성까지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타당성은 발화의 요건이 아니다. 주장이나 운동은 그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났기 때문에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타당한지 앞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기에 허용되는 것이므로.

예컨대 조중동에 광고싣지 말라고 기업에 단체로 항의전화를 넣는 것은 기업의 운영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명백한 수단과잉이다. 또는 거짓자료를 유포하거나 흑색선전을 일삼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잘못된 행위이다. 그런데 광동제약이 조중동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싣고 있으니 사지 말자고 주장하는 행위는 조금 미묘하다. 광동제약 제품을 사는 사람들을 억지로 약국에서 끌어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광동제약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을 담고있는 것도 아니고.

전경련이나 광고주협회 등에서는 이게 시장교란이라고 하던데, 시장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오히려 냅둬야 하는 사안이 아닐까. 조중동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싣는 행위에 별 반감이 없는 사람은 그러거나 말거나 잘 살 터이고(언소주 활동에 대한 반감으로 외려 열성적인 구매자가 나올수도 있다), 반감이 있으면 "아, 그랬군요"라면서 불매에 동참하겠지. 그럼 종국적으로 시장이 결론낼 것이다. 언소주가 뒤에서 광동제약을 협박했다면 그건 별도로 문제가 되겠지만 광고주 보이콧 자체의 문제란 "아, 그랬군요"를 이끌어낸 것 정도일 텐데, 이게 과연 엄격하게 규제해야하는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소비자 운동에 대한 규제가 아주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막상 규제의 기준이라는 것을 상정하려고 보니 판단을 내리는 것이 수월하지가 않다. 혹자는 상품 선택의 문제에 정치를 개입시켜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다르게 보면 정치적인 성향 또한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 아닌가? 보수신문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실어 "수구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된다면 그건 광동제약의 홍보전략의 문제라고 봄이 옳지 않겠나. 이 문제에 있어 "적정선"의 기준을 어디에다 둬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소비자 운동의 한계는 어디까지로 봐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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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漁夫 2009/06/12 17:48 # 답글

    [ 안녕하십니까 ]

    동감입니다. 저도 그냥 '(광고를 거기 넣으니) 불매운동'까지 뭐라 하기는 어렵지만, 회사에 직접 압력을 넣는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동제약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는 상품을 만들지도 않았는데 웬 직접 압력인지 모르겠습니다.
  • Noname 2009/06/14 17:48 #

    그런 의미에서, 전화 넣는 거 그만두고 불매운동으로 전환한 것은 어느 정도 고무적으로 보고있습니다.
    소비자 운동으로서는 일단 이 선 정도가 적당하지 않은가 싶어요.
  • 2009/06/13 11:0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Noname 2009/06/14 17:50 #

    아무래도 저쪽 사람들은 뭐든지 "반시장"으로 몰고나가면 된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 지오-나디르 2009/06/13 12:08 # 답글

    요즘 하는거 보면 이글루스런 좌파들이야말로 언론탄압하고 일당독재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보여... 약간 얘기가 새는것이려나;;

    그나저나 미디어오늘 링크만 잔뜩 걸었군;;
  • Noname 2009/06/14 17:50 #

    검색하기 귀찮아서리....[...] 언론 관련 기사라 미디어오늘 쪽이 기사 찾기 편하기도 하고.
  • 제생각은 2009/06/15 14:22 # 삭제 답글

    조중동에만 광고하는것을 문제삼아 불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중동에 광고를 넣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운동하는 것입니다. 단지 기왕에 하나의 기업을 선정하기에, 조중동에 집중적으로 광고하는 기업을 선정한 겁니다. 또 어디에 광고를 하든 물론 그건 기업이 결정할 문제이나, 삼성의 경우, 한겨레•경향이 삼성 비자금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는 이유로 광고를 끊은 것입니다. 즉, 이들도 광고 중단으로 해당 언론사에 압력을 넣어 논조 변화를 꾀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구요. (mbc 9시 뉴스, 라디오 프로그램 등의 앵커(진행자)가 무리하게 바뀐 것도 광고가 끊기기 때문이였죠)
    또 하나, 조중동이 보수 논조의 언론이기에 불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보수의 주장은 정당한 것이고 그러한 여론을 반영하는 언론은 당연히 존재하여야 합니다. 이 운동의 이유는 미국의 보수언론들 중에서 폭스뉴스만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것과 거의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 Noname 2009/06/15 16:29 #

    삼성이 광고를 끊은 것에 압박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그것의 잘잘못을 따지기가 힘든 것이, 결국 광고를 싣는 것은 삼성 "자신"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행위가 그렇게 떳떳한 것은 아니죠. 언소주의 불매가 위법은 아니되 적극 옹호하기 좀 저어한 이유도 그와 동일합니다. 다만 거북스러운 것은 제 기분 문제이고, 저 또한 언소주의 운동을 잘못되었다고 따질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조중동에 대한 압박이 단순히 보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적대적인 언어전략을 회피하면서 그들을 일괄해서 부르기에 가장 무리없는 표현이 "보수신문"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리 적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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