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 2 : 패자의 역습 by Noname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샤이아 라보프,메간 폭스,존 터투로 / 마이클 베이
나의 점수 : ★★


그냥 헐리우드 팝콘무비.
것도 평균에 못 미치는.



- 스포일러에 대한 배려가 전무합니다.


이 영화의 장점들은, 제가 굳이 얘기를 안해도 너무 뻔합니다. 화려한 CG, 다양한 액션, 심플한 엔터테인먼트. 팝콘무비의 보편적인 장점을 새삼 길게 떠들어봤자 의미는 없으므로, 그 보편적인 장점을 갉아먹는 단점들을 중심으로 짧게, 단편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1. 이 영화 한줄 요약.
로봇이 날뛰는 거 보러 갔더니만 화면에는 미군들이 날뛰고 있더라. 우리의 졸라짱쎈 미군은 레일건으로 외계인도 잡아요! 근데 난 미군들의 활약을 보고싶은 게 아니라 로봇의 활약을 보고싶거든?

2. 스토리 따위는 애초에 기대한 적 없지만 때로는 기대를 안했어도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먼지를 긁어모으며 "믿으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쓰러졌다가 일어나면서 외치는 "아이러뷰"나 마지막에 옵티머스가 떠드는 소리들은 [디워]에서 용이 눈물을 떨구는 장면 이후 내가 본 최고의 감수성 테러였다. 농담이 아니라, 그 장면들에서는 [트와일라잇]보다도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대신 [트와일라잇]은 그런 현상이 시도때도 없이 일어난다)

3.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놈들 치고는 스케일이 작다. 분명 디셉티콘의 공습은 전지구적인 위기상황일 텐데 구색으로 상하이와 파리 좀 때려주고는(그나마 파리는 공습다운 공습도 없었다) 내내 미국에서 놀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유적탐사하러 이집트로 날아간다. 이야기의 규모가 인디아나 존스 급. 아니, 인디아나 존스도 이것보다는 스케일이 크지.

+α 엄밀히 말해 이건 오점은 아니다. 하지만 설정의 지구적인 스케일에 비해 이야기가 지역적으로 한정되다보니 적잖이 비교가 되는 데다가, 작품 전반의 미국 중심적인 시각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영화를 대책없이 편협해보이게 만든다.

4. 마이클 베이의 화려한 네오콘 인증. 근데 까려면 제대로 까보기나 하든가. 네오콘이라서 오바마는 대놓고 실명으로 깝니다! 근데 소심해서 "쟤 벙커로 숨었듬 ㅋ" 정도로밖에 못 깝니다!

5. 전작은 인간이 구색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으로 기억하는데(1편은 보지 못했다) 이번엔 로봇이 구색이다. 로봇 각각의 캐릭터가 도드라지는 것은 좋은데, 캐릭터가 도드라지면 뭐해. 주체적으로 뭘 하는 법이 없는데. 자기네 대장이 죽었어도 주인공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행동이고 계획이고 뭐고 전무하다니, 아무리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단촐하게 짠다손 치더라도 얘들 너무 들러리만 세우는 거 아냐?

6. 인간 조연 캐릭터들이 붕 뜬다. 부모 캐릭터는 왜 끼웠나 싶을 정도로 의미가 없고, 개그 겸 양념으로 끼워넣은 룸메이트 녀석은 끝까지 자리를 못 잡고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 몸개그 몇 번 보여주다가 끝난다. 대단히 깊이있는 캐릭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조연에게는 조연에게 주어진 전형적인 위치와 역할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7. 더구나 악역들의 캐릭터가 얄팍하다. 조낸 뭐 있을 것처럼 나오던 터미네이터[...]는 발광 한번 하다가 교통사고[......]로 작살나면서 끝나고, 디배스테이터는 덩치 큰 것 말고는 박력도 뭣도 없고, 메가트론과 스타스크림은 하는 짓이 비리비리해서 후반부에는 별 활약도 못하고 악덕상사와 얌체부하 콩트만 보여주다가 땡. 심지어 최종보스인 폴른도 허접하다.

8. 그래, 문제는 폴른이다. 다른 건 다 이해할 수 있다. 팝콘무비가 달리 팝콘무비냐. 근데 폴른의 허접함 만큼은 용납이 안된다. 선과 악의 대결 이야기면 악의 막강함이야말로 이야기의 핵심이요 "매트릭스"가 아닌가? 근데 2편의 최종보스라는 폴른은 말로만 존내 쎄지 별 카리스마도 없고, 마지막에는 부활한 옵티머스에게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나가떨어진다. 솔직히 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정말 최종전투씬이란 말인가?! 에이, 설마. 그럴리가! 조금 있다가 3단 변신 그레이트 폴른으로 돌아올 거야, 그치? …어라? 왠지 마무리 분위기? 어? 어어??! 저...저거...?!?!?!"

9. 그러니까 이 영화의 문제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CG 이외의 모든 것이 허접하다는 사실이다. 기껏 디셉티콘이 선전포고를 하여 인간들로 하여금 샘을 추적하게 만들었으면, 샘이 그 무시무시하다는 CIA와 FBI의 추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꼴을 보여줘야 이야기에 긴장감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겠나. 근데 고작 나온다는 게 이집트 촌구석 비포장도로에서 경찰차와 추격씬(트랜스포머와 평범한 경찰차가!)을 벌이고, 검문소 한번 스쳐지나가 카메라에 얼굴 찍힌 것이(별 제지도 없고 모면하기 위한 공작도 딱히 없다) 전부다. 그나마 둘 다 허무개그로 끝난다. 뭐 하자는 건데?

10. 게다가 이 영화가 보여주는 미국 중심주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거북스러운 정도를 넘어 보는 내가 민망하기까지 하다. 파리에서 에스카르고를 팽개치는 장면이나 이집트 검문소에서의 대화 등은 보고있으면 오금이 저린다. 내셔널리즘이어서 문제가 아니다. [트랜스포머 2]의 내셔널리즘은 끔찍하리만치 "유치"해서 문제다.


뭐, 애초에 대단한 감동을 받자고 이 영화를 찾는 사람은 없을 테니, 영화를 보는 데에 위와 같은 단점들은 무시하자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팝콘무비라고는 해도 기본적인 퀄리티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팝콘무비"라고 하면 무조건 사람들이 관대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전 오락물이면 허접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당췌 이해가 안 갑니다. [에일리언]이 그렇게 허접했습니까? [터미네이터]가 그렇게 멍청했어요? 아니면 [프레데터]가? [쥬라기 공원]이?

외양이 쌈마이같아서 그렇지 [불가사리]나 [스피시즈]도 이렇게 이야기가 허접하진 않았습니다. 줄거리의 충실함만 따지자면 [저지 드레드]도 이것보다는 낫겠습니다. 언제부터 팝콘무비는 줄거리가 허접해도 된다는 생각이 이렇게 공식처럼 번졌는지 모르겠군요. 팝콘에도 팝콘 나름의 완성도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관객과의 만남을 건성건성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게 기자의 왜곡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말이 많았지만 그런 거는 아무래도 상관없고, 영화 자체만 봤을 때 빈 말로도 수작이란 소린 못 해주겠습니다. 타임킬링은 되는데, 전 기왕이면 타임킬링도 양질의 타임킬링을 했음 싶군요.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azuremaya.egloos.com/tb/4991897 [도움말]

덧글

  • 언럭키즈 2009/06/25 13:31 # 답글

    CG의 용량이 1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뭐 그런 얘기를 듣긴 했는데 그에 비례해서 스토리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꼴 이군요.
  • Noname 2009/06/27 11:35 #

    너무 엉성해서 보면서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용케 흥행은 하는 것이 미스테리입니다.
  • 2009/06/27 15:38 # 삭제 답글

    공감 100%... 지금까지 욕먹던 '디워'한테 미안해질 정도였음
    막판에 SR71이 옵티무스랑 합체하는 장면을 좀더 신경썼으면 선-가드 수준은 확보했을텐데 말이지
    제대로 된 로봇물도 아니고 이거 원...
  • Noname 2009/06/28 07:33 #

    뭐, 그래도 디워보다야 낫지 싶다. 디워는 한번 까기 시작하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니….
    근데 마이클 베이는 영화를 왜 이따구로 만든 걸까? [아마게돈]만해도 이렇게까지 엉터리는 아니었는데…;;
  • capcold 2009/06/28 10:34 # 답글

    !@#... 심지어 트포1편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죠. 캐릭터 성장이나 감정선 같은 걸 깨끗하게 도려내고, 단지 뭐든 더 많이 폭발시키기 위해 (도대체 왜 거기서 딴놈들 놔두고 인간 둘이서 몇마일을 폭격 피해가며 달려가는데?) 모두를 저능아로 만듭니다;;; 되도 않는 성적 조크와(데바스테이터의 balls는 특히 최악) 자자빙크스급 쌍둥이로봇들도 거의 뭐 지능의 한계를 테스트. 제트스크랜더 옵티머스만 아니었으면 중간에 박차고 나왔을지도.
  • Noname 2009/06/29 17:38 #

    아, 그거…; 참 저렴한 개그였죠. 하지만 그 즈음엔 이미 이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기대가 반토막이 난 상태여서 차라리 B급 영화에 걸맞는 쌈마이 개그로 피식 웃으며 받아들여졌습니다.
덧글 입력 영역


애드센스


애드센스 검색

맞춤검색

애드센스 - 타워형

너에게 희망이 되어줄께

백투더소스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