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 ![]()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경문북스(경문사) 버제스 혈암의 재발견과 진화관의 변화에 관한 드라마. 흥미로운 얘기지만 논란이 많고 내용이 낡았다. |
이런. 낭패다.
책의 내용이 퍽 흥미로워서 감상문을 남기려고 전체적인 골격 짜놓은 뒤, 나머지 디테일을 채워넣기 위해서 구글링을 하던 중에 실수로(?) 이런 글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Wonderful Strife : sytstematics, stem groups, and the phylogenetic signal of the Cambrian radiation
전문적인 내용이고 분량도 만만치 않은지라
스티븐 제이 굴드의 [Wonderful Life(원제)]는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버제스 혈암의 발견에 근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연구를 촉발시켰다. 몇몇 주장은 후속 연구로 뒤집어졌다. 특히 버제스 동물군에서 새로운 문(phylum)이라고 알려진 동물은 대부분 현생 문에 포섭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쟁점사안으로 남아있다.
…아니, 잠깐. 지금 이 책의 내용이,
버제스 혈암에서 대량의 캄브리아기 연체동물 화석이 발견되었다, 1909년 이것을 최초로 발견한 찰스 두리틀 월코트는 여기서 발견된 생물들을 현생 동물의 계통수에 억지로 끼워맞췄다, 훗날 연구결과 대다수가 기상천외한 형태를 지닌 독자적인 문(phylum)의 생물로 밝혀졌다, 월코트의 실수는 진화=진보라는 신념과 선입관의 도식에 따라 과학을 했기 때문이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며 적자생존이란 가장 우월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가진 형질이 재수좋게 생존에 적합할 때 살아남는다는 원리다, 비바 우연성!
…이지 않았는지?
책이 나온 시기가 1989년이고 위의 리뷰는 2005년에 쓰인 물건이니 일단 과학적인 사실 면에서는 위엣 글에 나온 내용들이 옳을 확률이 높겠죠. 아직 논쟁중인 부분이 많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 책에서 굴드가 주장한 내용들 중 몇몇은 훗날 새로운 근거로 보완되거나 충분히 증거가 수집되지 않아 계속 논의만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굴드가 하는 주장들이 쌩판 엉터리라고 볼 이유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책 하나만 놓고 보면, 버제스 생물군의 계통적 다양성이 주장의 핵심 논거이자 내용의 기둥인데, 이게 부정되어 버렸으니…;
책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대중의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서 쓴 책인 만큼, 고생물학 분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시대구분부터 시작해 친절하게 글을 풀어나갑니다. 버제스 혈암에서 발견된 기상천외한 연체동물들은 디자인 자체로 이미 흥미로웠고,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거리로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도 좋았습니다. 진화가 진보가 아닌 우연의 산물이라는 저자의 핵심 주장은 근거 면에서 다소 미흡한 감도 들었지만, 이건 과학적 사실이 아닌 관점의 문제이고 대체역사적 사고를 요하는 만큼(다시 말해 if를 상상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지루하지 않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진화≠진보, 우연성에 의해 지배되는 역사라는 관점도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요. 헌데 저런 리뷰를 발견해버렸으니…. 아놔. 이래서 세월 먹은 과학책은 뒷맛이 찜찜하다니깐. 어디까지 유효하고 어디가 유통기한이 지났는지를 모르겠으니. 차라리 위 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면 애초의 감상대로 글이나 뽑을 텐데,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게 됐습니다.
읽을거리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진화에 대한 최근의 일반적인 견해들을 알고 싶다면 아무래도 보다 최근에 나온 책을 찾아봐야 할성 싶군요.








덧글
언럭키즈 2009/07/28 17:03 # 답글
과학쪽 도서는 역시 최신 자료를 읽는 게 좋군요;;;
Noname 2009/07/29 17:25 #
근데 최근에 나온 책들은 또 세월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내용들이니...책 제대로 골라 읽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종소리 2009/07/29 14:04 # 삭제 답글
아아, 과학서적의 유통기한의 찜찜함에 심히 공감되는군요. 저도 칼 세이건 씨의 코스모스를 읽을 때, 특히 우주선 탐사 부분 같은 경우는 "이게 아직도 맞는 사실일까"하고 계속 불편한 기억으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요새는 하도 발전과 발견이 빨리 일어나다 보니 서적으로 출간된 과학서적의 경우는 다른 분야에 비해 실시간 연구수준과 훨씬 간극이 크기에 좀 난감한 것 같아요^^;;진화와 진보가 동의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관점은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에서는 진리의 편협함에 빠지는 걸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다는 점만 해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그것이 지나쳐 회의주의가 허무주의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별다른 근거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정답이 어딨냐, 이도저도 옳을 수도 있지", 하고 가짜 황정승이 호통치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문제겠지만^^;;
Noname 2009/07/29 17:26 #
그런 점에서 저도 매력을 느꼈습니다.근데 내용의 중심기둥이 저렇게 빠져버리니 뒤에 남는 건 허무함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