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문학소녀 시리즈 by Noname

완결까지 다 읽었습니다.

시리즈 전반에 걸친 특징은 1권 감상(링크)에서 얘기한 것 정도면 충분할 것 같으니 나머지 시리즈는 각 권의 단평으로 대신해도 될 것 같군요. 사실 책 감상이라는 것이 엔간해서는 관심가지 않는 타입의 글인지라 써도 별 의미가 없긴 합니다만, 뭐든 남겨놓지 않으면 읽은 기분이 안 나서 이렇게 억지로라도 정리하게 되네요.

스포일에 대한 배려는 전무합니다. 스포일 신경쓰시는 분들은 읽지 말고 패스.



문학소녀와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 - 4점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작품-독자의 관계가 깨져버리자
이야기가 통째로 억지가 되어버렸다.


재미는 괜찮은데 이야기기 말도 못하게 질척뽕빨. 원작이 되는 [폭풍의 언덕] 자체가 좀 막장끼가 있기는 하지만 이건 한 술 더 뜨는군요. 출생의 비밀은 기본에 근친과 조교 코드까지 뒤범벅이 되어서 줄거리가 아침 드라마를 넘어 오사카베 마신과 쌍벽을 이룰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これ何んてエロゲ?

이야기가 막장인 것은 별 문제가 아닌데,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호타루와 쿠로사키가 이야기의 원 모델인 [폭풍의 언덕]의 독자가 아니라는 점은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전편에서 토오코가 [인간실격]을 가지고 얘기를 끌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인간실격]을 읽고 거기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의 두 사람은 [폭풍의 언덕]과 인물구도가 비슷할 뿐 독자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토오코가 [폭풍의 언덕]의 줄거리에 기반해 뒷얘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상황을 억지로 꿰어맞추는 것밖엔 안 됩니다.

얘기 자체는 뽕빨막장 설정으로 깔고 들어가며 그냥저냥 즐길만한데, 작품-독자의 관계가 깨져버리니 얘기가 전체적으로 억지스러워지는군요. 게다가 "유령"이니 "시간을 되돌리면 돼"니, 이렇게 억지스럽고 B급 귀신영화 같은 장치를 굳이 깔아야했는지도 의문입니다. 1권에 비해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문학소녀와 얽매인 바보 - 6점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작품-독자 관계의 극대화.
이야기 자체도 훨씬 힘이 있다.


2권에서 낮아진 기대치를 보상해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상황 자체가 상대적으로 있음직한(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구도인 데다가 주요 인물들이 원작이 되는 소설을 기반으로 연극을 하니 이야기가 다시 제 자리를 찾는 느낌이 듭니다. 1권에서 다소 불완전하게 구현되었던 재인식과 카타르시스의 구도가 3권에서는 완벽한 형태로 재현되는군요. 사실 1권의 그 결말은 굳이 따지자면 미봉책에 가까웠으니까요.

치정극이면 치정극이지 인간들이 뭐 저렇게 사이코같이 구느냐는 의문은 뭐, 시리즈 3권쯤 왔으면 접어야겠죠. [...] 초딩 시절부터 남자를 놓고 자해에 칼부림에, 고딩이 되니 이젠 자살 기도까지, 아주 난리도 아니군요. 다케다가 레귤러로 돌아온 것이 반가웠고, 시리즈 내내 밑밥으로 깔려있던 미우 떡밥에 수면위로 부상하는 등, 독자로서는 즐길 것도 많고 기대할 것도 많은 책이었습니다.

원작은 무샤노코지 사네아츠의 [우정]. 처음 들어보는 소설이네요.


문학소녀와 더럽혀진 천사 - 4점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다소 뻔하고 전개에 무리가 있다.
짝수 권은 망치는 징크스라도 있나.


안 좋은 의미로 예측불가. 판타지스러운 설정에, 뒤통수를 치는 맛도 한참 모자랍니다. 책을 씹어먹는 소녀가 나오는 소설에다 대고 설정의 판타지스러움을 따지는 것은 솔직히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히로인의 섭식장애와 타 인물들의 정신장애 외에는 대체로 있음직한 차원에서 전개되던 지난 이야기들에 비해 이번 에피소드는 너무 허황됩니다. 5.1채널로 목소리를 내는 천재 성악소년[...]이라니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설정이냐.

원작인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과의 연계성도 옅고, 이야기 자체도 나사가 풀린 듯 맛이 안 납니다. 이 책에서 건질 거리가 있다면 처음부터 패배가 확정된 서브히로인 고토부키가 치정전선의 후보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정도? 대놓고 노리는 츤데레인데도 제법 괜찮군요.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 - 6점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미우 떡밥 회수. 이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려도 좋았을 듯.
역시 짝수 권을 말아먹는 징크스가 있었던 모양이다.


오랫동안 소설에 밑밥으로 깔아놨던 미우 떡밥을 일괄회수하는 에피소드. 최종편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그간 풀어온 얘기들을 조각조각 충실하게 엮어나갑니다. 1권부터 이끌어온 미우 떡밥과 다케다 떡밥이 동시에 결론으로 치닫는 점에서도 최종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야기 구도가 작품-독자의 관계에서 작가-독자로 넘어가는 점에서도, 대단원으로서 부족함이 없었을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얀데레가 한참 붐을 타고 있을 때는 참 바보같은 유행이라고 생각했는데(지금도 그 생각이 크게 바뀌진 않았습니다. 원래 바보같은 거 알면서 즐기는 게 오덕물이긴 합니다만), 미우나 다케다는 그리 나쁘지 않군요. 모에~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정이 가는 것이, 결국 어떤 캐릭터든 이야기 짜기 나름이구나 싶어집니다. 나머지 떡밥도 이 이야기 안에서 해결했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ㅇ<-<

원작은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 꽤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던데 나중에 한번 봐야겠군요.


문학소녀와 달과 꽃을 품은 물의 요정 - 2점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억지. 그것 말고 달리 해줄 말이 없다.
대박 후의 급하강. 징크스는 계속된다.


등장인물들의 정신상태도, 이야기의 전개도, 범죄의 동기도 하나같이 공감이 안 갑니다. 할머니에게 들은 얘기 속의 저택을 지키려고 사람을 엽총으로 쏘는 중딩 소녀 얘기를 감동적인 필치[...]로 전하려는 소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전개가 너무 작위적이어서 딱히 할 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별로였습니다. 끗.

원작은 이즈미 교카의 [야차 연못]이라고 합니다. 모르는 소설이군요.


문학소녀와 신과 마주보는 작가 上 - 4점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볼륨은 완결편답지만 내용은 그에 못 미친다.
통곡의 순례자 편에서 매듭을 지었으면 좋았을 것을.
문학소녀와 신과 마주보는 작가 下 - 4점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최종편입니다. 역시 진엔딩은 진히로인 루트를 통해 가게 되어있...[...] 볼륨은 최종편답게 상당합니다만, 내용물은 시원찮군요. 일단 1권부터 줄곧 소설의 밑밥으로 깔려있던 미우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긴장감이 확 사라집니다. 흐름상으로 보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작가로 거듭난다는 얘기이니 맞는 전개이긴 한데, 그럼에도 이야기에 결집력이 생기질 않습니다. 작가로 거듭나게 되기까지 코노하가 방황하는 과정은 쓸데없이 장황한 느낌이 들고, 이야기의 중심인 토오코네 집안 사람들의 입장은 별로 와닿질 않습니다. 미우 대신이 되어야 할 토오코의 드라마가 너무 얇은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위성이 소설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등장인물들이 미친짓 하는 것은 시리즈 전통이지만 그간에는 전개가 미친 짓을 해도 대충 이해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는데 이번엔 안 그럽니다. 류우토의 "전생" 드립은 그냥 개그, 카나코의 "투명인간" 드립도 한숨이 나오고, 다케다마저 막판 정말 느닷없이 사고를 칩니다. 토오코의 책 씹어먹는 식성은 무려 부모에서 자식으로 유전되는 형질이었군요[...]. 게다가 막판에 코노하는 카나코의 사이코록을 풀겠다고 역전재판을 하고 있질 않나. 그렇다고 이야기가 딱히 자극적이지도 않습니다. 정교하지 않으면 파격적인 맛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전작들에 비해 한참 모자라요.

.....하아................

결말을 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그나마 6권만큼 책 덮으며 허탈해지진 않았는데, 사실 6권에 비해 그렇게 좋은 이야기라고 할 수준은 아니고, 결말을 내렸다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 위안을 얻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7, 8권은 작가-독자라는 시리즈 전체의 테마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어서 그 점에서는 살짝 호감이 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어쨌든 저에게 있어 [문학소녀] 시리즈는 전 5권 완결입니다.

원작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종합 : 용두사미. 1, 3, 5권은 수작이지만 2권과 4권은 애매하고 6권 이후는 안습. 전체적으로 점수를 매기자면 라노베로서 평균 이상은 하는 수작이지만 앞권을 읽으면서 생기는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 5권까지는 제법 흥미롭고 거기서 나름대로 중간결말도 나오고 있으므로 5권까지만 읽고 토오코를 그냥 독심술 쓰는 요괴로 남겨두는 것도 나름대로 유효한 독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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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오-나디르 2009/07/31 21:45 # 답글

    우걱우걱
  • Noname 2009/08/01 21:16 #

    오물오물
  • 종소리 2009/08/01 00:39 # 삭제 답글

    저도 오늘 2권 다 읽었어요. 1권 인간실격의 밀접한 개연성에 비해 2권의 폭풍의 언덕은 그저 플롯만 빌려왔다는 느낌이라 실망했었는데 과연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군요. 마야 님 소개로 미루어 짐작해 토오코에 대한 우려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약간 아쉽네요. 저런 4차원 캐릭터는 드라마가 약해지기 십상인데, 토라도라의 경우는 초중반에 내세운 라노베적인 캐릭터성을 무너뜨리면서 그것을 극복했지만 문학소녀의 경우에는 그 정도 용기까지는 아쉽게도 작가가 내지 못한 모양이군요. 물론 저도 마저 읽어봐야지, 알겠지만^^;; ...이렇게 말하면 장르차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라노베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인 듯 싶어요. 다시 한 번 추천 감사드려요~
  • Noname 2009/08/01 21:18 #

    소설이 전체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여서 더 눈에 거슬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성격이상만 제외하면 설정부터 판타지인 것은 토오코뿐이지 않습니까. 구도 자체는 이전 에피소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아무래도 주제와 연관지어서 그럴싸한 비극을 꾸며내는 것이 수월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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