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멘델이 있었다. 그의 외로운 생각이 외롭게 여겨지더라. 그래서 그는 '완두콩이 있으라' 하셨다. 그러자 완두콩이 태어났고, 보기에 좋더라. 그리고 그는 완두콩을 밭에 심고 "늘어나고 증식하라. 형질이 나뉘고, 스스로 구색을 맞추어 분류되어라"라고 완두콩에게 말하셨다. 그러자 완두콩이 그렇게 되었고, 보기에 좋더라.
이제 멘델은 그의 완두콩을 거둬들이게 되었고, 둥근 것과 주름진 것으로 나누었더라. 그리고 그는 둥근 것을 우성, 주름진 것을 열성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부르기에 좋았더라. 그런데 멘델은 450개의 둥근 완두콩과 102개의 주름진 완두콩이 있다는 것을 아셨다. 그것은 보기에 좋지 않았더라. 법칙에 따르면 주름진 완두콩 하나에 3개의 둥근 완두콩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멘델은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셨다. '오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시여! 적들은 이런 짓을 했습니다. 적이 밤의 어둠을 틈타 내 밭에 나쁜 완두콩을 뿌렸습니다.'
그리고 멘델은 격노해서 탁자를 세게 내려치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저주받고 사악한 완두콩들이여, 나를 떠나라. 그래서 저 바깥의 어둠 속에서 게걸스러운 쥐와 생쥐에게 먹히라.' 그러자 그대로 이루어졌고, 300개의 둥근 완두콩과 100개의 주름진 완두콩만이 남았더라. 그것은 보기에 좋았더라. 아주 아주 보기에 좋았더라. 그리고 멘델은 논문을 발표했더라.
익명, "Peas on Earth", [Horticultural Science], 7: 5, 1972.
윌리엄 브로드·니콜라스 웨이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미래인, 2007(1982), 47~48쪽에서 재인용.
서양의 학계는 참 명랑하군요, 이런 글이 저널에도 다 실리고.
그나저나 "그의 외로운 생각이 외롭게 여겨지더라."라는 게 뭔소린가 했는데,
원문을 보니 "In the beginning there was Mendel, thinking his lonely thoughts alone"입니다[...]





덧글
레이나도 2009/10/05 21:20 # 답글
혼자 그런 생각 하고 있는 게 외롭더라. 가 맞을까요?
Noname 2009/10/07 10:38 #
맥락상 "혼자서 자기만의 생각에 잠겨있었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검색해보니 아무래도 로버트 A. 하인라인의 [Orphans of the sky]를 패러디한 듯 한데, 그 쪽의 맥락을 살펴봐도 이게 맞지 않은가 싶네요. [Orphans of the sky]의 해당 대목은 이런 문장으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 출처 : http://tvtropes.org/pmwiki/pmwiki.php/Main/AndManGrewProud ]In the Beginning there was Jordan, thinking his lonely thoughts alone.
In the Beginning there was darkness, formless, dead, and Man unknown.
Out of the loneness came a longing, out of the longing came a vision,
Out of the dream there came a planning, out of the plan there came decision—
Jordan's hand was lifted and the Ship was born!
언럭키즈 2009/10/05 21:26 # 답글
이런 글이 실리다니 정말 명랑하네요.
Noname 2009/10/07 10:31 #
뭘 하든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 참 좋아보입니다.
안단테 2009/10/06 00:17 # 삭제 답글
...확실히 명성에 비례해 실험결과 조작의 반면교사로도 유명한 분이지요^^a그의 과오를 성서에 맞춰 유쾌하게 패러디한 면이 재미있네요.
(번역은... 번역자분께서 악명 높은 번역기의 힘을 빌리신 듯;;;)
Noname 2009/10/07 10:39 #
다소 헷갈릴 수야 있지만, 그렇다고 저런 비문이 나오면 좀 곤란한데 말이죠...
지오-나디르 2009/10/08 14:08 # 답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