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을 여는 BGM

Caribbean Blue - Enya

그라파이어3에게 애도를

제 애마 그라파이어3 6X8이 말을 안 듣습니다.

작업하다가 돌연 인식이 끊어지는 것은 한 2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발생하던 문제였습니다만, 이제는 USB 포트에 꽂아도 아예 장치 인식 자체가 안 되는군요. 보아하니 이게 아주 맛이 가버린 것 같은데, 요즘 시대에 그라파이어3[2003년 제품]를 유상 A/S 맡겨서 변변한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이대로 작별을 고해야지 싶습니다.

내가 이걸 언제 샀더라…. 연도는 잘 생각 안 나지만 타블렛 사겠다고 6개월 가까이 푼돈 그러모아 용산으로 쫄래쫄래 가서는 이곳저곳 들쑤시느라 여름 땡볕아래 직싸게 고생한 것은 확실히 기억나네요. 제가 좀 엉뚱한 짓을 잘 하지만 고3 방학때 그 짓거리를 한 것 같진 않고, 그렇다면 필경 2004년 8월 즈음이었을 겁니다. 뇌가 RAM이라 그날 있었던 일은 대부분 기억에서 휘발되고 없지만 여튼 처음 가져본 타블렛은 파랗고 쌔끈했으며 가격은 학생이 자기 용돈으로 지르기엔 피토하게 비쌌다는 기억만 선명합니다.

정말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타블렛만 있으면 그럴싸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젖어서 절대반지를 차지하려는 골룸처럼 타블렛을 갈구하며 용돈을 찔끔찔끔 모아갔더랬죠. 실물을 직접 쥐어보고 나서야 결국 중요한 건 자기 손재간임을 깨닫고 좌절했지만, 그래도 있는 능력 없는 능력 쥐어짜며 딴에는 열심히 깨작거렸습니다.

문득, 블로그나 게시판 돌아다니다보면 그라파이어1을 지금도 쓴다는 분도 간혹 보였던 게 생각나네요. 그 사람들은 저렇게 간수 잘 하는데 난 이걸 어디서 어떻게 잘못 굴렸길래 벌써 망가뜨린 거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족히 4년은 잘 갖고 놀았으니 저거에 들인 값 만큼의 효용은 그간 충분히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바이. 그동안 즐거웠다.

요즘 타블렛들은 어떤지 잠깐 살펴봤습니다. 인튜오스는 여전히 토나오게 비싸군요. 그라파이어 시리즈는 와콤 홈페이지에 설명이 없네요. 4가 나왔었다는 얘기는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 그라파이어는 아주 단종되어 버린 건지. 그리고 뱀부라는 처음 들어보는 묘한 기종이 눈에 들어오고요. 이게 그라파이어 대신 나온 보급형 타블렛인가… 미묘하네…. 물론 제가 쓰던 그라파이어3보다야 낫지만 4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음을 생각하면 스펙 차가 좀 어중간하네요. 버튼이나 터치링 등 주변적인 기능이 보다 많이 첨가되었습니다만, 난 그런 쪽으로 별 신경 안 쓰니 차라리 스펙이 더 높아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 인튜오스 3 갖고십따, 6X11 와이드 사이즈로.

물론 가끔 낙서질 좀 하자고 35만원짜리 기기를 질러댈 정도로 간뎅이가 붓진 않았습니다만, 갖고싶은 것은 갖고싶으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내 형편이나 실력에 인튜오스같은 진주목걸이는 바라지도 않고, 보급형으로 새로 하나 맞췄으면 싶네요. 어차피 수험생 신분에 있어봤자 방구석에 썩히며 먼지만 먹을 게 뻔하지만 이미 그라파이어 잡은 세월이 4년이다보니 그래도 타블렛이 아주 없으면 아쉬워서 어쩌나 싶습니다. 돈이 없으니 한동안 실행에 옮길 일은 없겠지만, 일단 뱀부에 대한 정보나 간간이 알아봐둬야겠네요.

by 하늘빛마야 | 2008/06/25 18:45 | 어느날 일상사 | 트랙백 | 덧글(6)

다행

근래 며칠간 상당히 심란해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최근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아무래도 큰 병원에서의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

블로그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 초조히 결과만을 기다렸는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예, 다행히 큰 문제는 없으시다고 합니다.

집안살림 지탱하시느라 해외출장에 야근에, 변변한 휴가 없이 근 10년을 달려오셨습니다.
정밀검진 받으셔야 한다는 소식 들었을 때는 철렁한 한편 어찌나 죄스럽던지.
부디 탈나지 않으시고 오래도록 건강히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by 하늘빛마야 | 2008/06/25 13:07 | 어느날 일상사 | 트랙백 | 덧글(8)

쿨게이?

                                                                                     
그보다는 하드게이


내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입장이라서 블로그에 촛불 달아놓고 종종 옹호글도 썼지만, 왜 이쪽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와 다른 입장을 "참지 못"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게다가 맞으면 받아들이고 아님 역으로 까면 되는 거지 유치하게 "쿨게이"가 뭐람.

요즘의 "쿨게이" 운운하는 덧글들을 보면 저는 얼마전 모 블로그에서 모 익명씨와 주고받은 설전이 떠오릅니다. 그때도 쿨게이 관련 글이었는데, 덧글을 달았다가 누가 반응하길래 몇마디 돌려줬더니 얘기가 길어졌더랬죠. 그 익명씨는 유의미한 논점을 집어낸 것도 아니면서 (대폭소)라든가 ㅋㅋ를 써대며 제 신경을 긁었습니다. 그러다 급기야는 얘기 중간에 멋대로 자신의 승리를 결정지으면서 하늘빛 마야 같은 분이 쪽팔려서 글지우고 토길까봐 옮겨놓습니다. 재미있다는. ^^이라며 해당 덧글을 보존해두기까지 하던데, 이건 화를 내야하는지 웃어야하는지. 그러는 본인이 말빨이라도 대단했으면 내가 말을 않지.

그런데 [워낙 횡설수설해서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아무래도 말하는 뽄새 보아하니 제 덧글을 잘못 읽고 삽질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여 "님 내 글 잘못 읽었삼. 마침 익명이겠다 더 망신당하지 말고 그냥 버로우 타삼"하고 권했더니 이런 덧글이 돌아왔습니다.

뭐 어때요. 인간이 지옥을 들여다 보면 지옥도 인간을 들여다 보는 것을. 인간이 뭐 서로 대단하다고 ㅋㅋ 보아하니 님도 "쿨"은 아닌것을 ㅋㅋ 블로그도 알겠다 다음엔 직접 스토킹 하겠습니다. 즐 이글루스 하시길.




오아. 뭐야, 이 중2병.
뭐. 한 가지는 정확히 맞혔습니다.
저 분이 하신 말씀대로 내는 하나도 쿨하지 않다능.
그래서 한참 쳐 웃다가 이럴 때 써먹으려고 저 덧글 스크랩해뒀다능.

상대방을 [자기 딴에] 쿨하게 매도하면 논쟁에서 자동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될 거라 믿는 저 답 없는 순진함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요즘 소위 "쿨게이" 블로거들의 글에 달리는 덧글을 보다보면 다른 것 보다도 촛불집회를 지지한다는 사실이 "민망해져서" 촛불을 떼고 싶어집니다. 그 정도 일로 입장을 휙휙 바꾸지는 않지만, 보는 순간의 기분은 그래요.

비웃는 것도 "꺼리"가 있을 때나 유용한 전략이지, 자기 맘에 안 든다고 깜도 안되는 얘기로 억지로 비웃어봤자 하나도 재미있지 않고 외려 한심해보이기만 할 뿐입니다. 촛불집회를 위해서라도, 부디 불쌍하고 없어보이는 비웃기 전략일랑 집어치우고 반론이든 반성이든 진지하고 냉철한 태도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by 하늘빛마야 | 2008/06/24 16:16 | 가끔씩 잡생각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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